“도덕성 검증에 올인”… 이낙연, ‘이재명 저격수’로 변신

입력 2021-07-20 00:0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본경선 국면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변신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효과를 본 도덕성 검증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이재명 경기지사와 양강구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19일 범진보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 지사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 전 대표 측의 기세는 한껏 고조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본경선 개막 전후로 이 지사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언급하지 않던 혜경궁 김씨 건과 여배우 스캔들까지 거론하며 이 지사를 자극했다. 반(反)이재명 연대의 총공세 이후 이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반사이익을 본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지난 8일 TV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와 겹쳐 생각하게 된다. 도덕성 문제에 설명해달라”고 촉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과거 혜경궁 김씨 사건에 연루됐던 전력을 들춘 것으로 해석됐다.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된 공격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지사의 “바지 내릴까요” 해명을 두고 이 전 대표는 “발언이 거칠다”며 “품격을 갖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선은 경기도 유관단체 임원의 소셜미디어상 이 전 대표 비방사건까지 확대됐다. 이 전 대표는 19일 “해당 사건은 인사 문제가 아니고 위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선거법 위반 여부에 따른 법적인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이 지사는 “(해당 임원을) 징계하고 직위 해제한 것은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저한테 하는 마타도어를 스스로 살펴보시라”며 맞받아쳤다.

이 전 대표의 독한 발언은 최근의 지지율 추세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한 범진보권 대선후보 적합도 결과 이 지사는 27.5%, 이 전 대표는 23.9%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14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 16.6% 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약 한 달 만에 오차범위 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리스크’는 이 전 대표에게 절호의 기회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재난지원금 추경과 관련해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고 표현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TV토론회에서의 바지 발언과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태도 역시 불안한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판단이다.

다만 ‘반낙(반이낙연) 연대’로 상징되는 당내 견제가 집중된다는 점은 위험 요소다. 이 전 대표가 상승세를 보이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용진 의원이 일제히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시절을 거론하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지사 역시 지난 13일부터 이 전 대표를 겨냥해 거센 역공에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전남지사 시절 공약이행 평가와 과거 전두환·박정희 찬양 논란, 측근의 옵티머스 연루 의혹 등이 이 지사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를 계승하는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로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의원은 “이 지사 당선 시 문재인정부의 계승이냐, 이재명 1기냐 하는 의구심이 굉장히 넓게 퍼져 있다”며 친문 결집을 유도했다.

다만 친문 결집을 넘어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은 숙제다. 이 전 대표가 문재인정부 계승을 외치자 야당은 벌써 ‘문재인 시즌2’ 공세를 벼르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가 올 초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외연확장을 시도하다 치명상을 입었던 만큼 섣불리 외연 확장을 꾀하기 부담스럽다는 기류도 강하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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