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한국 예수전도단을 세운 25세 청년 간사가 있었다. 그는 몇 년 뒤 유난히 전도를 열심히 하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현 원자핵공학과) 4학년 학생을 발견한다. 서울 덕수교회에 출석하며 미국 유학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 학생은 친구를 모두 크리스천으로 만들겠다며 20~30명씩 몰고 다녔다. 두 사람은 여섯 살 차이가 났지만 복음 전도 앞에 동지였다.
40년이 흘러 한 사람은 ‘크리스천 리더십 어워드’ 수여자로, 한 사람은 수상자로 만난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과 임종표 케냐 선교사 이야기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한인세계선교사대회에서 장 총장은 “임 선교사님은 한국 예수전도단을 일으킨 영적 스승이자 복음의 동지”라면서 임 선교사의 손을 잡고 감격스러워했다.
장 총장은 “임 선교사님이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을 인도했는데, 1500여명이 모여 열정적으로 예배했다. 새로운 복음성가를 전국에 확산하는 복음의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임 선교사는 “장 총장이 당시 미국 MIT 유학준비로 바빴을 텐데 지방 전도여행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열심이었다”면서 “공부도 잘하고 전도도 열심히 하는, 정말 복음에 미친 대학생이었다”고 웃었다.
오대원 선교사와 한국 예수전도단을 세운 임 선교사는 얼마 후 서울 홍릉 한국과학원교회를 개척한다. 그리고 8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케냐 선교사로 파송받고 부룬디 소말리아 르완다 등에서 목회자 교육, 교회개척, 난민사역을 했다. 부룬디복음주의교회 설립에 기여하는 등 아프리카 선교의 새 모델을 제시해 2005년 ‘언더우드 선교상’을 받았다.
장 총장은 82년 카이스트 교수를 시작으로 카이스트 부총장,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내고 2014년 한동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선교사와 후원자, 최전방 선교 개척자와 선교동원가의 관계로 계속 확장됐다.
장 총장은 “97년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할 때 임 선교사님이 의료선교 병원선(病院船)인 ‘머시십’을 만들고 싶다고 해 모금 계획을 함께 세웠다”면서 “이후 임 선교사님이 개척한 카이스트교회의 지도교수로서 20여년간 섬겼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2015년 임 선교사가 세운 케냐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하고 한동대 졸업생을 교사와 인턴선교사로 보냈다. 임 선교사는 7년 전부터 아내 홍화옥 선교사와 함께 한동대 초빙교수로 선교현장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차세대 선교사 육성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다. 임 선교사는 “4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선교사대회는 한국선교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면서 “한동대가 한국선교의 차세대 선교인력을 일으키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장 총장이 설립한 한동글로벌사명원(GMI)은 선교지에서 발생하는 상담 복지 법률 의료 주거 재교육 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라면서 “장 총장과 함께 디아스포라·MK(선교사 자녀) 사역, 차세대 선교사 육성에 올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총장도 “7년 전 한동대 총장에 취임할 때 기독교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선교동원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면서 “한인세계선교사대회를 유치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임 선교사님과 함께 차세대 선교사를 길러내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포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