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토너먼트 길목에서 만나게 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력에 공통점이 많고 지지층 상당 부분이 겹치는 두 후보로서는 서로 차별화하며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이미 양쪽 진영 간 신경전이 본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최 전 원장 측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열기로 하고 (임대)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캠프명은 ‘계파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최재형 열린캠프’로 정했다. 국민의힘 입당 사흘 만에 별도 거점까지 마련한 것이다.
대하빌딩은 과거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사무실을 차렸던 곳이다. 캠프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가깝고, 언론과 소통하기 용이한 곳으로 잡는 게 좋겠다는 최 전 원장 뜻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정치’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광화문 인근 이마빌딩에 둥지를 튼 윤 전 총장과 상반된 선택이다.
연일 속도전을 벌이는 최 전 원장은 이번 주 중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공식 대선 출마 선언도 진행할 계획이다. 야권 선두인 윤 전 총장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초반 스퍼트에 나선 모습이다.
두 사람은 17일 제헌절 행보도 결이 달랐다.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은 반면 최 전 원장은 보수 지지세가 강한 부산을 첫 방문지로 택해 당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중도·호남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양새라면, 국민의힘 식구가 된 최 전 원장은 당내 기반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전 원장은 고향이 경남 진해다.
윤 전 총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이제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 스스로가 아직도 한을 극복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과 함께 해운대구 하천변 일대를 돌며 쓰레기 줍기 봉사를 했다. 두 사람은 ‘입양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봉사 활동에는 최 전 원장의 부인 이소연씨도 동행했다. 최 전 원장은 지역 당원들에게 자신을 ‘신입 당원’으로 소개하며 “첫 일정으로 우리 당원 동지들과 비를 맞으며 (주변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한 것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며 연대감을 드러냈다.
두 후보 측은 제헌절 메시지를 두고도 신경전 양상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6일 ‘헌법 정신’을 강조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내자, 윤 전 총장 캠프는 광주행 일정을 공개하며 “윤석열의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 전 원장 측은 17일 당일 깜짝 부산행으로 응수했다.
당초 최 전 원장은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대안’ 격으로 부상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그는 부친 삼우제를 마친 자리에서 “윤 전 총장 대안이 아니라,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발광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일시적이며, 이제는 ‘최재형 대세론’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 합류를 자청한 4선 김영환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버리고 B플랜이라니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지호일 이상헌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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