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노트북 샅샅이 뒤진 검찰, ‘제보자’ 휴대폰 수사는 아직?

입력 2021-07-19 04:06

‘검·언 유착’ 의혹을 받아온 채널A 전현직 기자들에 대한 1심 무죄 판결로 확인된 것은 이번 사태 ‘제보자’로 불려온 지모씨의 메시지 왜곡이다. 법원은 지씨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정관계 인사 금품로비 장부, 송금 자료 등을 기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고 봤다. 법원은 “기자들이 이 전 대표 대리인의 요구로 이 전 대표를 협박한 셈이 된다”며 “상식에 반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판결 이후 의문은 기자에게 접근한 지씨의 행위와 의도에 대한 진상은 제대로 규명됐는가 하는 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MBC 보도의 경위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는 수사를 당부했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고 향후 징계를 청구당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변호해 온 주진우 변호사는 18일 “MBC나 지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떠한 수사 결과도 반쪽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전 기자의 주거지 압수수색 때 이 전 기자의 노트북에 ‘윤석열’ ‘한동훈’ 등 고위 검사들의 이름을 입력, 자료를 검색했다. 주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이 그런 이름들을 검색하는 것을 보고 수사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 기자는 주거지만 두 차례 압수수색 당했고 10차례 넘게 검찰에 출석했다. 채널A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언론사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31년 만이었다.

반면 이번 사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간 전달자’ 지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씨가 쓰던 휴대전화 중 이 전 기자가 지씨와 실제 통화한 전화번호의 휴대전화는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임의제출로 확인한 것은 지씨 딸 명의 휴대전화였다. 주 변호사는 “지씨는 본인에게 떳떳한 휴대전화만 하나 내놓은 셈”이라며 “법정에서도 지씨가 실제 이 전 기자와 통화한 번호의 통화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끝내 내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지씨는 SNS에 자신이 있는 주점 사진을 게시하며 “검사님들 오시면 체포 가능하다”고 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증인 지씨의 소재가 불명이라며 지씨의 진술조서 증거 능력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판결 이후 이번 사태가 과연 ‘제보’였는지 ‘기획’이었는지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 변호사는 “지씨가 여야 정치인을 운운하고 ‘몰카’를 찍었던 의도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