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채널A 사건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지휘권 발동이 무리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7개 사건에서 세 차례 수사지휘권이 행사됐지만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선고된 것은 2건이 전부다. 잇따른 수사지휘권으로 검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들어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사건은 크게 7건이다. 추 전 장관의 첫 번째 지휘는 지난해 7월 채널A 사건이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총 5건의 사건에서 지휘권을 한꺼번에 발동했다. 여기엔 라임자산운용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일가·측근 사건 4건이 포함됐다. 추 전 장관의 후임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서 세 번째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중 유죄가 선고된 것은 윤 전 총장 장모 요양병원 사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윤갑근 전 고검장 사건이다. 라임 사건으로 묶인 검사 술접대 의혹은 1심 재판 중이다.
반면 추 전 장관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한 채널A 사건엔 무죄가 선고됐다. 윤 전 총장 일가·측근 관련 사건인 코바나컨텐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의혹은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끝에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지휘권은 헌정 사상 네 차례 행사됐는데 현정부에서 세 차례 발동됐다. 앞서 유일하게 발동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국가보안법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수사 주체를 지정하거나 특정 사건 수사를 지시하는 형식은 아니었다. 추 전 장관의 경우 검찰총장 지휘권을 아예 박탈했는데 법무부 장관이 총장만을 지휘하게 한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채널A 사건 수사는 검찰이 2박3일간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된 건 1989년 이후 처음이었다.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선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인권 수사를 강조해 온 정부 기조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무리한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채널A 사건 1심 선고 후 여권 인사들이 사법 불신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 전 장관은 1심 선고 후 “검찰, 언론이 재판을 방해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은 “이번 수사는 추 전 장관이 직접 고른 검사들을 시켜 수사하고 재판까지 했는데 전부 무죄가 나오니 새로운 버전의 허황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손아귀에 쥐고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건”이라며 “검찰 개혁 명목 아래 오히려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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