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인수·합병(M&A) 시장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기업 매각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M&A 사례와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을 뜯어보면 기업 실적 선행지표인 주가는 M&A 소식에 분초를 다투며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매각 이슈가 주가 방향성에 끼치는 영향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개미 투자자의 경우 추격 매수에 ‘올인’하며 외인·기관과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주가는 공시보다 빠르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은 지난 14일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주가는 이틀 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보합권에 머물렀던 한샘의 주가는 12일에 2.84% 오른 데 이어 13일 8.24% 급등했다. 13일 오후 언론을 통해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14일에는 주가가 24.86%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공시는 이날 장 마감 이후 발표됐다.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도 매각 추진 소식이 나오기 전날 주가가 6.4% 오르며 급등에 시동을 걸었다. NH투자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임했다는 등 구체적인 매각 추진 내용이 나온 뒤인 13일, 14일에는 각각 22.83%, 29.97% 급등했다.
앞서 남양유업도 한앤컴퍼니(한앤코)로 주인이 바뀌자 주가는 2거래일 연속(5월28일, 31일) 급등, 총 59.45% 올랐다. 남양유업 역시 매각 공시가 나오기 이틀 전 지배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며 12.92% 올랐다.
일각에선 정보력이 우위에 있는 외국인, 기관 또는 ‘슈퍼 개미’가 M&A 관련 소식을 사전에 입수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꼭 정보 유출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주가 흐름이나 매각 이전 발표된 정보들을 통해 인수합병과 같은 대형 이슈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매각 결정 이후 주가는 제각각
매각 결정이 주가 등락에 끼치는 영향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경우에 따라 다름)’다. 상황에 따라 매각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수도 있지만, 도리어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남양유업은 매각 이후 3년 3개월 만에 주당 70만원을 돌파했다. 이달에도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며 60~7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매각 전에는 30만원선이었다. 매각을 기회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과장 광고 파문이나 불매 운동 등 악재를 딛고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5일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이 선정되자 주가는 4거래일 연속 떨어졌다(7.02% 하락).
11년 만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면보다 중견 건설사에 인수됐다는 우려가 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주가 측면에선 중흥건설의 인수 이후 방향성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격 매수 주의보
매각 소식을 계기로 특정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M&A가 향후 기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뒤 신규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한샘 주식이 매각 소식으로 급등한 14일 약 748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2억원, 207억원 순매도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2거래일 연속 급등한 5월 28일, 31일 개인이 136억원 정도 사들였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은 5거래일 연속 대한항공 주식을 순매수했다(11월 12~17일, 총 2266억원).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553억원, 1701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 재편의 필요성,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M&A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 압박 등으로 유동성 조정 가능성이 있으니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