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해부대 집단감염 방치한 군 당국 책임 물어야

입력 2021-07-19 04:05
아프리카 파병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발생한 장병들의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군 당국은 처음부터 안이한 방역의식과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 우선 밀폐된 격실에서 다수가 생활하고 환기시설도 연결돼 있어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높은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군 당국은 국내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초 출항해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먼 바다에서 작전하는 임무 특성상 백신 수송 및 보관의 어려움, 이상 반응 시 대처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국내 일반 장병들도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것을 감안하면 특별 항공기 등을 이용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이뤄졌어야 했다.

환자가 발생한 직후 초기 대응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군 당국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에서 지난 2일 첫 유증상자가 나왔으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감기약만 처방했다. 이어 10일 장병 다수가 감기 증상을 호소했지만, 간이검사만 했고 음성 판정이 나오자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13일 증상자 6명의 샘플에 대한 PCR 검사를 한 뒤에야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감염 확산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방심해서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18일 오전 8시 현재 문무대왕함에서 결과를 통보받은 승조원 101명 중 6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는 총 68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200명에 대한 PCR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확진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환자들은 폐렴 의심증세로 현지 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동원해 청해부대 장병들 전원을 귀국시킨다고 한다. 일단 장병들의 무사 귀환에 만전을 기울이길 바란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하게 복귀시켜 빠른 치유와 안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처음부터 지휘·보고 체계에 문제는 없었는지 총체적으로 점검해 관련자 모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