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리는 영적 원리 경험하고 싶다면… 기도를 쌓으라

입력 2021-07-19 03:04
최상훈 서울 화양감리교회 목사가 2004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주립대학에서 개최한 청년 새벽모임에서 한인 유학생들이 설교를 듣고 있다.

2003년 우리 부부는 동토의 땅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에 도착했다. 알래스카 겨울은 무려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기에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추운 날씨다. 당시 알래스카에는 한국감리교단(KMC) 소속 교회가 없었다.

나는 아내와 둘이서 매일 저녁 예배를 드렸고 안식년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동토의 땅에 보내신 계획을 알게 해 달라고 매일 작정 기도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났을까, 하나님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교회 개척을 위해 준비된 사람들을 붙여 주셨다.

비록 허름한 물류창고 같은 곳이었지만 예배처소를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한국감리교단의 첫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예배를 드리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창고 한 쪽면이 차고문 형식으로 돼 있었기에 작은 구멍으로 끊임없이 찬바람이 들어온 것이다.

온풍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마이크를 들고 설교하면 손이 너무 시려 새벽예배 드릴 때는 장갑을 끼고 내복을 두 벌씩 껴입었다. 그래도 예배처소를 주셔서 감사했고 그곳에서 찬양할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런데 어느 날 건물주가 불렀다. 불현듯 걱정됐다. ‘아, 너무 소리 내어 기도해서 건물주가 쫓아내려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마음에 평안을 주셨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게 하셨다.

“이렇게 뜨겁게 기도하고 오래 기도하는 사람들은 처음 봤습니다. 나도 크리스천입니다.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그 예배하는 모습이 참 놀랍고 감동이 됩니다. 창고가 많이 추울 텐데 특별히 온풍기를 새 것으로 교체해 주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감사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나님은 세미한 부분까지 다 챙겨주시고 일하심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개척하고 아내와 같이 틈만 나면 노방전도를 다녔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람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온종일 앵커리지의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을 2~3시간 돌아다녀도 한국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교회를 부흥시키려 해도, 전도하려 해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이민목회의 큰 어려움이었다.

더구나 알래스카주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해당하고, 미국 본토의 무려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광활한 땅인데, 한국인은 고작 5000명 정도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니 전도 이전에 한국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그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다.

지금도 목회를 하면서 그때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알래스카 전도의 경험을 통해 한 영혼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전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절실히 알게 하셨다.

아내와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장 반갑고 신기했던 것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 한국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와, 여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말을 해요. 듣기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런 고백을 한다. “주님,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신앙, 건강, 교회, 가족 등 나에게 주어진 것이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누리고 있을 때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심장이 뛸 수 있는 것도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렇게 전도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도하던 중 하나님은 새로운 방향을 알게 하셨다. 바로 유학생을 향한 비전을 주셨다. ‘그래, 주님 주신 마음을 간직만 하지 말고 당장 순종하자.’ 결단하고 매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앵커리지 주립대학교(UAA)에 가서 기도했다.

나는 분명히 아프리카의 선교경험을 통해 믿는 것이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쌓으면 반드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이었다. 그 믿음으로 3주 동안 대학교에 가서 기도했을 때 드디어 청년 2명을 만나게 하셨고 그들과 새벽예배를 시작하게 하셨다.

아침 일찍 가면 빈 강의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간단한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이렇게 꾸준하게 대학교 한복판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심었다.

맛있는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한인 청년들의 기도 모임이 너무 좋다는 소문이 났다. 한인 유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앵커리지 주립대학교의 청년 새벽 모임은 계속해서 부흥했고 알래스카의 청년 부흥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부부는 그저 기도밖에 심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쌓여 하나님의 때가 됐을 때 문제가 풀리는 영적 원리를 경험했다. 이것이 경험이 돼 훗날 건국대와 세종대 빈 강의실에서 새벽마다 청년들과 기도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최상훈 목사(서울 화양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