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차량 시위 단속은 과잉대응·편의적 해석”

입력 2021-07-17 04:07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지난 15일 새벽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를 불법 시위로 판단하고 16일 내사 착수 방침을 정했다. 연합뉴스

경찰이 자영업자들의 심야 1인 차량 시위를 방역 수칙을 어긴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차량 시위를 방역 수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6일 “자영업자 야간 차량 시위를 불법시위로 보고 주최자를 대상으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집회의 주최자가 특정되면 소환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입건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14~15일 밤 이틀 동안 각자의 차량에 탑승해 서울 시내 도로에서 행진시위를 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차량은 이틀 동안 1150대로 추산된다.

경찰은 1인 차량 시위를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불법시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적용된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르면 집회는 1인 시위만 허용되는데, 여러 대의 차량이 모였기 때문에 결국엔 ‘다수’가 모여 시위를 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경찰의 불법시위 단속이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는 “1인 시위를 허용한 건 시위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고 방역을 최대한 지키면서 하라는 취지”라면서 “차 안에 여러 명이 탄 것도 아니고 1명씩 탑승해 운행한 건 감염 위험도 없고 행정명령 취지를 준수하려고 노력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도 “경찰이 가장 편의적인 발상으로 손쉽게 집회 시위에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자 차 안에서 한 명씩 움직이는 건데 이걸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고 하면 전국 모든 도로에 있는 차량이 위반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강희원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시위 참여자 전부 각자의 차 안에 있었으면 차량 간 거리가 확보돼 오히려 거리두기가 철저히 이뤄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이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를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번 시위가 미신고 시위여서 불법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남석 변호사는 “차량 행진이 집시법에서 규정하는 신고 대상인지부터 이견이 많다”면서 “경찰이 통제하기 편하게 적극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가능한 최소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