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사진) 경기지사가 16일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론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그동안 기본소득의 전면적 실시를 주장하며 여야 대선주자들과 논쟁을 벌여왔다. 이 지사는 “청년이나 노인, 장애인, 농어촌 등 부분적으로 시작해서 전면적으로 확대해가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기본소득론 수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이날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90분간 ‘즉문즉답’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관련 질문에 “경기도에서 실시했던 방식을 도입하려 한다”며 “경기도는 예산 부족으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계층에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지사는 전면적 기본소득 실시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에 대해 “TV 토론회 과정에서 이광재 후보께서 부분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토론을 할수록 이 후보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했고,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의 경우 재원이 지방정부보다 여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에는 액수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전국민 기본소득 공약을 사실상 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는 계속해서 점진적이고 순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최종적으로 기본소득 전원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청년이나 장애인, 노인, 농어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안심소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지사는 “조세저항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극복하고 야당이 해낼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각종 현안에 대해 특유의 ‘사이다’ 화법을 구사했다. 특히 최근 자신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저는 지도자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며 “대통령 선거는 일꾼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바지 발언’ 논란 당시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다. 국가의 얼굴답게 품격있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며 성과로 입증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실력이 없고 멋있는 사람과 멋이 좀 없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 중 누구를 뽑을지 국민이 판단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적통 후보’를 앞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통 논쟁은 참 서글프다”며 에둘러 비꼬았다. 이 지사는 “혈통은 왕세자를 정할 때 나오는 이야기”라며 “국민주권주의, 현대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는 말씀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