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음성 판정까지 받았는데도 입국 직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선 완화된 검역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외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지난 1~14일 특수 목적으로 입국해 격리를 면제받은 1만4305명 중 10명이 확진자로 파악됐다고 15일 밝혔다. 아랍에미리트발 입국자가 8명이었고 우간다와 폴란드에서 각각 1명씩 들어왔다.
이들은 국내에 도착하기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보인다. 10명 모두 입국 후 1일째에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 상대국을 출발하기에 앞서 제출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는 제출 대상이 아닌 6세 미만 아동을 제외하고 9명 모두 음성이었다.
이날까지 집계된 격리 면제 후 확진 빈도는 10만명당 70명꼴이다. 국내 지역사회 확진자 발생률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는 작지 않다. 입국 후 1일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이후 5~6일간 추가 검사나 격리 없이도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종력을 인정하는 백신 종류에 시노백·시노팜 백신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들 백신은 앞서 임상 시행 국가마다 예방효과가 큰 차이를 보여 입길에 올랐다. 델타형 변이에 대한 방어 효과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된 돌파감염자 10명 중 절반은 중국의 시노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이었다. 화이자 접종자가 3명이었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도 1명 있었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두 중국 백신을 해외 접종 인정 대상 제품군에 포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이 다시 확산세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WHO에 따르면 지난 1주 전 세계 신규 확진자는 300만명으로 직전 주 대비 11.5%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역대 최다급 확진자 발생이 관찰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국내에선 발견되지 않은 람다형 변이도 언제든 유입될 수 있다”며 “공항에서 변이 PCR 검사를 적극 활용하는 등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 입장은 원론적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돌파 감염의 양상과 위험도를 평가하긴 이르다는 요지다. 다만 격리 면제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매주 위험성을 평가해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관련 추가 대책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국인 대상 방역은 이날부터 소폭 강화됐다. 출발 국가에 관계없이 PCR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종전까진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은 내국인을 시설에 격리했는데, 이날부턴 외국인과 동일하게 입국 자체를 막았다. 다만 의료전달체계가 미비한 지역의 교민이 긴급히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엔 기존처럼 에어 앰뷸런스가 활용될 전망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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