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는 되지 말자’… 애달픈 2030, 이번엔 금 투자

입력 2021-07-16 00:02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27)씨는 지난 5월부터 ‘금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크고, 주식은 지금이 고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다. 아직은 이렇다 할 수익이 나지는 않았지만 ‘안전자산’이라는 주변의 권유에 장기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식은 올들어 연고점을 수차례 경신하고 있지만 지금 들어가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고 암호화폐는 확연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소 저평가된 금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시장 투자자의 절반 이상을 MZ세대(2030세대)가 차지하면서 금이 청년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벼락거지’ 신세를 면하려는 젊은 세대가 막대한 투자 자금이 소요되는 부동산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재테크 수단에 몰려들고 있는 셈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한국거래소) 금 시장’은 2014년 개설 당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억4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82억6000만원으로 7년 만에 시장 규모가 34배나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13.8% 늘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요인으로 낮은 거래비용을 꼽았다. KRX 금 시장은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이 없고 장내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개인투자자 거래수수료도 0.3% 정도로 적은 수준이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하면 주식처럼 안전하고 편리하게 매매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젊은 투자자의 유입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금 시장 투자자에서 20대 이하가 18.0%, 30대가 34.0%로, 2030세대를 합치면 절반이 넘는 약 52%에 달한다.

2030세대의 금 거래 비중이 이토록 높은 것은 ‘벼락 거지’ 신세를 피하려는 절박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현수 우리은행 PB팀장은 “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 하에 초기 자금이 막대한 부동산을 제외하고 주식, 암호화폐, 금에 돌아가면서 젊은 세대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설된 주식 계좌 중 2030의 비중은 46.0%(96만5000명)를 차지했다.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 중 63.5%(158만5000여명)도 2030세대였다.

특히 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과 암호화폐가 급등세를 보일 때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가격 메리트가 최근 부각되면서 젊은층의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금시세는 지난해 8월 g당 7만8840원을 정점으로 찍다가 주식과 암호화폐 열풍이 분 지난해 11월에 6만3380원까지 내려갔다. 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통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자 15일 현재 6만7460원까지 반등했으나 지난해 고점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