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회사에 처음 취업해 지구를 서너 바퀴 돌 정도로 정신없이 일했다. 그러다 바쁜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안정된 생활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경찰간부시험에 응시했다. 모태신앙임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신앙생활에 소홀했지만 다시 낮은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해 최고의 평가로 합격했다. 계급의식이 철저한 경찰조직에서 승진을 위한 인간관계를 위해 세상과 신앙에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현실이 늘 고민이었다. 그런데 진급 심사제도가 시험제도로 바뀌었고 시험 때마다 좋은 성적으로 탄탄대로의 승진 길을 걸었다.
고속 진급으로 선두주자가 되자 직원들은 청와대에 큰 빽이 있느냐고 했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역시 살아계시는구나’ 하며 감사했다. 그러나 곧 마음은 식어갔다. 그러다 마지막 진급 심사를 앞두고 새벽기도까지 다시 나가며 하나님 앞에 간절히 엎드렸다. 내 능력과 실력이면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욕심을 막으셨다. ‘하나님, 왜 막으셨어요. 지금까지 잘 도와주셔서 이 자리까지 오게 하셨잖아요. 오직 하나님만 의지한 것 아시잖아요.’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자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고 날마다 기도했지만 오직 내 욕심만 채우려 했던 내 신앙의 실체가 보였다. ‘내 신앙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때 친지의 권유로 한마음교회 수련회에 참석했다. 목사님께서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증거, 부활을 통해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믿는 것입니다. 증거도 없이 무조건 믿는 것은 신념입니다.” 하시며 사도행전 17장 말씀을 선포하실 때 내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문득 직원들에게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는 확실한 증거, 물증을 꼭 확보해. 내 느낌, 경험 같은 심증만으로는 절대 안돼. 확실한 증거,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들,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걸 통해 사건의 진실을 확인해야 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 그렇구나. 부활의 확실한 증거, 물증과 증인만 찾는다면 부활의 진실을 정확히 알 수 있겠구나.’ 바로 증거를 찾기 시작하는데 고린도전서 15장에 ‘성경대로 죽으시고 성경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증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게바와 열두 제자, 500여 형제, 야고보 등 최소한 520여명이 넘게 부활을 보았고 예수님 무덤에 갔던 마리아, 마가의 다락방의 제자,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등 놀랍게도 40일 동안 수없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 제자들은 부활과 승천을 직접 봤고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았던 것이다.
제자들의 변화된 삶을 통해 부활이 명확해지며 예수님 앞에 섰다. ‘어찌할꼬. 하나님이 내 죄 때문에 죽으셨구나. 내가 하나님을 죽였구나.’ 통곡이 터져 나왔다. 순간 예수님께 채찍을 휘두르며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모욕하며 십자가에 못박은 마귀 같은 내 악랄한 중심이 보였다. 마음 중심으로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접했다.
아내와 한마음이 돼 친척들,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해 복음으로 교제하고 말씀을 전했다. 하나둘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고, 복음을 갈급하던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날마다 통화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해 아들도 기쁘게 복음을 받았다. 세상의 명예와 권력을 좇아 승진에 매달려 살던 나를 주님만 바라보는 사명자로 세워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하다.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그리스도의 충성된 군사로 달려갈 것이다.
엄인섭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