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에 비해 재원은 한정된 만큼 ‘좁고 깊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또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금리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로서 경제적 측면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다”며 “기본적으로 다른 모든 재정정책이 그렇지만 결국 재난지원금도 기본적으로 재원이 한정돼 있다고 하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1년 반 진행되며 분명히 피해를 본 계층이 있고, 피해를 아주 많이 입은 계층도 있다”며 “반대로 더 큰 자산을 축적한, 부가 늘어난 그런 계층도 병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재원이 얼마나 더 소요될 지 가늠하기 상당히 어려우므로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피해 계층에 중점 지원하는 게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소득 하위 80%’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정부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통화당국 수장인 이 총재도 반대 전선에 합류한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 1월에도 “선별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4차 대유행 속 금리 인상 시 취약 계층이 이자 부담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금리 정상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의 사정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런 취약부문은 어려움이 지속하기 때문에 정책 지원은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지원 방식은 거시정책이고 단기적인 경기대응정책인 통화정책보다는 그야말로 집중지원이 가능한, 또 효과도 빠른 재정정책의 선별적 조치를 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며 “언제, 어떤 속도로 할지는 코로나19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가면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8월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타임 테이블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다”며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있다. 경기 회복세를 크게 저해하지 않는다면 금리 정상화를 하는 게 장기적 안정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이날 연 0.5%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금리 인상 소수의견도 나왔다. 고승범 위원은 당장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혀 한은의 금리 정상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동결 배경을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5월 28일 이후 1년 2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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