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첼로를 배워 학예회 때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대학 때는 찬양팀 리더로 예배를 인도했으며 학교에선 첼로, 피아노, 모범적인 학교생활로 선생님들 입에 늘 오르내렸다. 크리스천이면 학벌도 좋아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름 있는 예술고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새벽 6시부터 잠들 때까지 수시로 첼로 연습을 해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명문여대에 입학했다. ‘하나님께서 드디어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 이제 약속대로 주님께 영광을 돌려야지.’ 감격 속에 교회의 각종 봉사, 선교단체와 찬양훈련도 받았고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신학대학원에도 다녔다.
학벌과 신앙에 자부심을 갖고 살던 어느 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는 일이 일어났다. 어머니 요청으로 친척방문을 위해 미국에 오신 한마음교회 집사님의 간증을 들었는데 요한복음 16장 9절 말씀이 온통 나를 흔들었다.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었는데 우리가 하나님께 회개해야 할 죄는 ‘예수 믿지 않은 죄’라는 것이다. ‘신학교까지 다니며 내가 이걸 몰랐다니. 지금까지 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회개부터 시작해야 한다니….’ 내 신앙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회개가 도무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잠시 귀국해 한마음교회 여름수련회에 참석했다. 청년들의 뜨거운 찬양과 간증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신학교에서나 배울 법한 말씀들을 나누는데 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하며 부르짖을 때 전도사님께서 ‘사람은 다 죽어. 아무리 잘나도 죽으면 다 놓고 가는 거야’는 말씀에 ‘아, 내가 잘났다고 열심히 한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무얼 했지.’ 정신이 번쩍 들며 간절히 엎드리자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성경대로 이 땅에 오셔서 성경대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셨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도록 역사 가운데 오셨구나. 그래서 증인들이 부활을 증언하다가 순교했구나.’ 주님의 사랑이 온 몸을 감쌌다. 그런 분을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며 ‘주님도 기뻐하시겠지, 영광 받으실 거야’ 하는 착각 속에 내가 주인 돼 살았던 악한 모습이 비춰지며 통곡이 터졌다. 남은 삶을 예수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에 다짐하며 예수님을 영접했다.
뜨거운 회개와 굴복의 수련회를 마치고 새 사람이 된 감격으로 미국으로 돌아와 바로 작은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다. 포틀랜드와 시애틀에 있는 대학원 오케스트라 후배들에게 복음을 전해 예배를 드리며 대학캠퍼스와 마트 앞에서 노방전도를 시작했다. 미국인과 멕시코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함께’라는 찬양을 할 때 미국인은 ‘투게더’, 멕시코 인은 ‘훈또스’ 하며 3개 국어로 함께 찬양했고 ‘예수는 나의 주.’, ‘Jesus is my lord.’, ‘헤수스 에스 미 시뇨르’ 하며 스페인어로 외치기도 했다.
그러다 러시아인 교회를 방문했다. 첼로를 잡고 함께 연주하는 가운데 그들의 마음도 활짝 열려 ‘슬라바보고!’ ‘주님께 영광!’ 하며 좋아했고, 주일예배시간에 예수님을 만난 간증도 나누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알며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하던 내가, 진정한 주인을 만났다. 날마다 부활하신 주님을 바라보고 미국 땅을 부활의 복음으로 덮을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달려가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양혜정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