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간의 가장 귀여운 점

입력 2021-07-16 04:06

제주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작년에는 바다에 단 하루 나갈 수 있었다. 15분이면 갈 수 있는 바다에 일 년 중 단 하루. 아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보다도 적은 시간일 것이다. 365일 중 겨우 하루를 바다 보는 데 보냈다는 사실에 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 여름에는 일 안 하는 한 달을 무조건 정해 매일 바다에 나가고 말겠다고 작년 가을 겨울 내내 결심을 다졌다. 그때 콕 집었던 달은 7월이었다. 그리고 막상 이렇게 7월이 됐는데, 뭐 당연하게도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래도 바다에 나오는 데 성공은 했다. 2021년의 첫 바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둔 맥주를 하나씩 꺼내 마시며 책을 읽다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하늘에는 구름이 적당히 있어 해가 보이다 안 보이다 하고, 피부는 조금씩 뜨겁고 따가워진다. 일 년 내내 그리워했던 통증. 나는 이 감각에 감격하며 눈을 꾹 감는다.

내가 여름에 바다에 나가는 첫 번째 목적은 사실 바닷물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바다를 배경으로 둔 채 그저 그 곁에서 맨살을 드러내놓고 태양이 내 피부를 쬐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 피부는 점점 뜨겁고 벌게진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게 귀엽게 여겨진다. 인간의 피부가 햇빛에 노출되면 그 부위가 그을린다는 사실 말이다. 대체 왜 조물주는 인간에게 이런 속성을 심어 놓은 것일까? 아마도 그것이 귀엽기 때문일 것이다. 조물주는 다양한 귀여움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만들 때는 뱃살을 귀엽게 만들고, 개를 만들 때는 뒤통수를 귀엽게 만들고, 돼지를 만들 때는 꼬리를 귀엽게 만들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수영복을 벗었다. 내 몸에 한낮의 태양이 저장된 듯 온몸이 열감으로 아득하고 피부는 태양의 무늬로 조각나 있다. 정말 신기하고 귀여워. 나는 또 한 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