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강해설교가인 저자 크리스토퍼 애쉬는 20여년 전 ‘그리스도 복음 전파를 위한 성공적인 목회 사역’이란 주제로 열린 대규모 목회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당시 잉글랜드 동부의 지역교회를 목회하던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강사들은 하나같이 핵심 지역에서 전략적 목회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뿐이었다. 모두 키가 크고 인물이 출중해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풍겼다. 애쉬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신이 이들과는 거리가 먼, 그저 보통의 지역교회에서 사역하는 평범한 목회자일 뿐이었다. 행사장을 떠나며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작은 규모의 성도에게 매주 설교하는 보통의 사역자에게 이런 행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국내에서도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목회자들이 적잖을 것이다. 소위 성공가도를 달리는 목회자는 소수고, 중소형 규모의 교회를 섬기는 이들은 대다수니 말이다. 보통의 목회자를 힘들게 하는 건 상대적 박탈감뿐만은 아니다. 어렵게 준비한 설교를 전할 때 종종 밀려오는 회의감도 이들을 괴롭힌다. ‘이게 정말 일주일 내내 수고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설교를 대단히 중대한 일로 여기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까.’
10여년간 런던의 강해설교훈련기관인 콘힐트레이닝코스 교장을 역임한 저자는 이런 고민과 회의감을 품고 지역교회에서 설교하는 보통의 목회자를 격려키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목회자의 설교야말로 다른 어떤 목회 활동보다 중요한 최우선적 사역임을 강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통의 목회자가 전하는 설교로 매주 성도들이 살아있는 하나님의 음성을 접하기 때문”이다. 설교자의 입지 강화를 위해 저자가 이런 말을 한 건 결코 아니다. 설교자의 권위는 성직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 권위로 성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목회자는 겸손한 자세로 부단히 연구해 설교를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책에는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설교 준비를 돕는 여러 실전 팁이 등장한다. 특정 주제로 여러 예화를 소개하는 주제 설교 대신 성경 본문을 연속적으로 살펴보는 강해설교가 목회자에게 유익한 이유도 자세히 전한다. 핵심은 “연속 강해설교가 하나님이 의제를 설정하도록 그분께 마이크를 넘겨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