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른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정장 차림의 남성 한 명이 피켓 하나를 들고 섰다. 외식사업자 240만명을 대신해 나선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생협력추진단장이었다. “뙤약볕에 이렇게까지 나설 만큼 자영업자들은 절박합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손 단장의 첫 마디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2일 4단계로 격상되자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손실에 영업제한 조치,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자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손 단장은 “정부는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외식업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대책, 영업시간 조정·집합금지 인원 제한 등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백신 접종이 확대돼 매출이 느는가 싶더니 당장 영업제한 조치가 피부로 느껴져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로나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견뎌 왔는데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올라 고통스럽고 막막하다”고 했다. 손 단장은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을 두고도 “앞선 손실액의 소급적용이 필요한데 무산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식업중앙회는 오는 22일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할 계획이다.
다른 업종 자영업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지난 12일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자영업자만을 희생시키는 방역 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며 14일 밤 차량 500여대가 참여하는 심야 시위 계획을 세웠다. 심야 시위 계획이 알려지자 서울경찰청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는 감염병예방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로교통법 등 위반으로 처벌하고 폭행 등에 대해선 현행범 검거하겠다”며 철회를 촉구했지만, 자영업자들은 끝내 거리로 나섰다.
온라인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확산되고 있다. SNS 등에는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앞세운 ‘온라인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