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해 질문을 받으면 종종 이렇게 답하곤 한다. “요즘 하는 일이 바빠 충분히 기도 생활을 못했습니다.” “기도가 많이 부족했네요. 더 오래 기도시간을 가져야 할 텐데….” 기도를 더 많이, 더 오래, 정성스럽게 해야 하나님이 들을 거란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무조건 기도에 시간과 공을 오래 들여야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돈독해질까.
‘새가족반’ ‘야근하는 당신에게’ 등으로 기독 출판계의 주목을 받은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주기도문을 해설한 이 책에서 “‘정성 들인 기도를 해야 응답받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기도할 때 중언부언하며 말을 많이 해야 들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방인이 하는 것이다.(마 6:7) 그는 “하나님이 말을 많이 해야 들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기도를 비즈니스적 거래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기도를 많이 해야 하나님이 들을 거란 생각 뒤엔 인간의 공로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성립된다는 잘못된 신학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성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며 “시험 벼락치기 하듯” 기도를 시작한 저자가 기도의 정석인 주기도문을 한 어구씩 뜯어보며 분석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책 곳곳엔 다독가인 그가 동·서양 주요 신학자의 기도해설서를 섭렵해 집필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마르틴 루터, 신약학자 DA 카슨과 박영돈 작은목자들교회 목사 등의 책에서 적잖은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이 책 핵심 주장의 원천은 이들의 글과 설교”라며 “탁월한 선배들의 유산 위에 작은 벽돌 하나라도 쌓았길 바란다”고 겸손히 고백한다.
책에 유명 신학자의 논지와 기도문이 자주 언급되지만 정작 내용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주변에서 흔히 접할 만한 생활밀착형 사례가 여럿 인용돼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적잖은 이들이 열정적으로 오랜 시간 기도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겨우 5~10분밖에 지나지 않는 상황을 겪어봤을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기도할 때 지성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회를 오래 다닌 신앙인의 입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도 문장이 10~20개 정도 장착돼 있어, 그저 그 문장을 쏟아내다 입을 닫는 게” 기도의 전부라고 여기는 탓이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저자는 주기도문의 첫 문구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깊이 묵상할 것을 권한다. 온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분에게 경외심을 품고 간구하다보면, 기도 열정도 오래 타올라 깊이 기도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제안하며 주기도문을 해설하기도 한다. ‘나라에 임하옵시며’를 해설하면서는 “그의 나라를 구하는 사람은 염려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염려하는 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생각이 많아 염려한다고 여기지만, 인간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님이 아니기에 염려는 그저 떠오르는 걱정에 휘둘리는 것뿐이다. 그럴 시간에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며’ ‘하나님께 우리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진리를 고찰하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이 진리를 믿고 염려를 거둬 하나님의 나라를 구할 때, 우리는 필요한 모든 걸을 더하겠다고 말씀한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다.(마 6:33)
저자에 따르면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도 단순히 ‘밥 달라’는 기도가 아니다. “하나님과 세상을 섬기는 소명을 주셔서 내 입을 넘어 세상의 필요를 채우도록 도와달라”란 의미로 확장된다. “우리의 기도는 온통 ‘나’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지만 주기도문에는 ‘나’가 없습니다. ‘하나님’과 ‘우리’만 있을 뿐이지요.” 저자가 주기도문을 “마음을 바꾸는 혁명적인 기도”라 평하는 이유다.
책장을 넘길수록 기도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주기도문을 설명하며 복음의 정수를 잘 녹여낸 것도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읽다 보면 “왜 제목이 그저 ‘기도 학교’인가. 이 책은 기독교의 모든 핵심 주제를 탁월하게 그리스도와 연결하는 ‘복음 학교’다”라고 평한 우병훈 고신대 교수의 평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