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꿈’ 찌르는 급소… ‘신장 차단’ 꽂힌 미국

입력 2021-07-15 00:05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산 제품을 퇴출시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신장 지역을 집중 타깃으로 삼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더 나아가 신장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상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신장 지역 공급망과 관련된 경보를 발령했다. 이번에 나온 경보는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발령한 지침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강제 노동 가능성이 있는 제품 목록을 면화와 토마토, 가발, 태양광 전지판 핵심 성분 등으로 확대했고 발령 주체도 미 국무부와 상무부, 무역대표부, 노동부 등 6개 부처로 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제 노동과 연관 있는 중국 업체와 사업 및 투자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 및 개인은 미국법 위반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이 같은 초강수의 배경은 인권 보호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대량학살(genocide)로 규정하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현재 49개 제품에 대해 인도보류명령(WRO)을 내렸는데 이 중 11개가 신장의 강제 노동과 관련된 제품이다. 미 상무부는 이미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린 중국 기업 48곳에 더해 지난달 5개 기업을 추가 제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신장 지역에서 계속되는 중국 정부의 집단학살 및 반인륜적 범죄, 강제노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제 노동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물품을 공급망에서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무역 질서를 따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정학적으로도 신장은 미국이 건들 수 있는 중국의 ‘약한 고리’다.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신장은 중국 내륙에서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구상 ‘일대일로’의 거점이기도 하다. 또 신장 지역은 중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원유를 가져올 수 있는 최단 경로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신장 지역을 집중 공략해 중국의 팽창을 막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도 중동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신장의 혼란은 두고 볼 수 없는 문제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극단주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연대해 국경 안전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을 늘 우려하고 있다.

미 관료 중에는 중국이 직업훈련소라고 주장하는 신장 내 집단 수용소를 나치 독일의 강제 수용소와 동일 선상에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신장 압박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 국무원은 이날 ‘신장 내 모든 민족의 권리 존중과 보호’라는 제목의 백서를 공개했다. 5만자 분량의 백서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신장 인권이 꾸준히 발전해왔으며 종교 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장자치구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미국 제재의 속내는 신장의 태양광 산업을 억압하고 안정적 발전을 교란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강제 노동 주장은 거짓말이자 강도 행위”라고 비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