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점점 커지는데… 환율마저 기름 붓나

입력 2021-07-15 04:05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차 대유행으로 내수 부진이 예상되고 물가는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세(원화가치 하락세)까지 이어질 경우 모처럼 불었던 경기 회복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1원 오른 1148.5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장 초반 1151.6원까지 오르며 장중에는 연고점(7월 9일 1149.1원)을 경신했다가, 이후 상승폭을 줄였다.

우선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른 미국과 타 국가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2023년 정책금리 전망(중간값 기준)이 0.1%에서 0.6%로 상향조정됐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 등은 정책금리 및 자산매입 규모를 현 수준에서 동결 결정한 바 있다.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화 등이 대부분 약세이긴 하지만 원화 약세가 더 가파르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다. 지난 한주에만 원·달러 환율은 14.10원이나 급등했고, 연고점을 잇따라 경신했다. 올 초 1090원을 밑돌던 원·달러 환율은 어느덧 1150원선까지 육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은 지난달 중순에 한번, 이달 초에 또 한번 크게 올랐다”며 “‘매파적’이었던 지난달 FOMC 회의 결과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6월 CPI가 전년 대비 5.4% 올랐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4.9%)를 웃도는 결과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CPI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진단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석했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돈줄을 죌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강세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재확산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 요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1~3차 유행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됐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신규 확진자 수 급증 여부가 환율 1150원선 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환율 예상 범위를 1100~1150원에서 1125~1175원으로 상향했다.

문제는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물가 상승 현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의해 2014년 9월 이후 6년 9개월만에 최고(115.43)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2.3% 상승했으며,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와중에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기 이후 재 침체)마저 우려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4.0%)보다 0.6% 포인트 낮은 3.4%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조민아 강준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