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학살극이 계속되고 있다. 반군 세력을 소탕하겠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을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수로 이용하는 저수지에 살충제까지 뿌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산소 공급까지 통제하면서 ‘산소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14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까니 마을 주민들이 최근 인근 숲속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 15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군경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마을을 습격했는데, 당시 실종된 26명 중 일부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시신을 찾은 주민들에 따르면 희생자 대부분이 나체 상태였고 옷으로 눈이 가려지거나 서로 묶인 채 발견됐다. 온몸에 멍이 들었거나 목과 얼굴에 칼로 베인 상처가 남아 있는 등 심하게 고문당한 흔적도 있었다. 아버지와 두 아들을 포함해 세 형제와 조카까지 살해당한 사례도 있었다.
한 주민은 “군경에 붙잡힌 이후 함께 살해된 것 같다”며 “말 그대로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고 몇몇은 아예 절단돼 있었다”며 “고문을 하면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습격 당시 군부에 의해 억류됐던 26명 중 사망자를 제외하고 4명은 풀려났지만 나머지 7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 수도 있다고 미얀마나우는 전했다.
까니 지역은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반군부운동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주민들은 군부 탄압에 맞서 4월 초부터 사냥용 소총으로 무장하고 게릴라 공격에 나서는 등 저항했지만 군부의 공격은 치밀하고 잔인했다. 최근 이틀간 이어진 공습을 피해 지역주민 1만여명이 긴급대피했지만 군경은 저수지에 살충제를 뿌리는 등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보복했다.
한 주민은 “농사를 짓기 위한 연못과 저수지에 군경이 살충제를 뿌려 물을 오염시키고 마을 사람들의 오토바이 엔진을 열고 모래를 넣기도 했다”고 전했다.
군부는 산소 공급까지 통제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용 산소 수요가 급증하자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산소 공장에 ‘산소를 팔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군부가 운영하는 병원이나 치료센터에서만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지마뉴스 등 현지 매체는 이틀 전 양곤의 한 산소 공장 앞에서 줄 서 있던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군경이 공중으로 경고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군경은 또한 오토바이에 산소통을 싣고 달아나던 주민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숨을 쉴 수가 없다(We can’t breathe)”는 문구를 SNS에 공유하며 군부를 비판하고 있다. 무장하지 않은 시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반군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산소까지 무기로 활용하는 군부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