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수요시위 보수단체·유튜버 몰려 몸살

입력 2021-07-15 04:07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취재진 및 1인 시위자들의 접근이 경찰에 의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에 1인 시위한다더니 오늘만큼 소란스러웠던 적이 없어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4일 개최한 ‘15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현장을 지나가던 한 직장인이 빠른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앞서 정의연은 1500차 수요시위를 맞아 준비한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에서는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확성기를 든 보수 유튜버들과 반대 집회를 준비한 보수단체들, 여러 취재진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 나온 한 경찰은 “매주 시위를 지켜봤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라며 “상황이 엄중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직장인은 “소녀상 앞을 지나갈 때마다 수요시위를 응원해왔다”며 “사람이 몰리는 통에 시위의 본질이 훼손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크고 작은 소란도 빚어졌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한 남성은 고성을 지르는 유튜버를 향해 “평화 시위를 할 수 있도록 가만히 계시라”고 소리쳤다가 시비에 휘말렸다. 태극기 마크가 부착된 모자를 쓴 한 남성은 마스크 없이 시위 현장을 찾아 경찰 제지를 받았다. 경찰이 “평화로운 1인 시위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통제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유튜버와 실랑이를 벌이던 한 경찰은 “질서를 지켜 달라는 방역 지침을 안내할 때마다 ‘신경 쓰지 말라’는 식의 고성이 나와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수요시위 지지자들은 대부분 온라인에 모였다. 현장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됐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 정부는 1500번의 외침을 무시하고 책임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세월이 얼마나 걸리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위 댓글창에는 ‘예전처럼 평화로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시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대의 힘은 바위처럼 강합니다’ 같은 글들이 이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