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산업계가 경영책임자 의무가 불명확해 법 준수의 범위를 알기 어렵고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합리적인 법 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조선·자동차·타이어·반도체·디스플레이·건설·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주요기업 안전·보건 관계자 및 업종별 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경제계가 제기했던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됐다”며 “연내 보완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이 제정될 경우 사고발생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법률상 모호했던 ‘경영책임자 의무’가 시행령에서도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규정된 ‘충실하게’ ‘적정한 예산’ ‘적정한 비용과 수행기간’ ‘적정규모 배치’ ‘충분한 상태’ 등 문구로는 경영책임자의 의무범위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안전·보건 관계법령이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아 경영책임자가 의무내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문제점과 우려사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옥외작업 비중이 높은 조선·건설업종 등은 직업성 질병 목록에 규정된 열사병에 대해 “다양한 보건관리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에는 필수적으로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가 매년 수사 및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취급 작업이 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에서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원료 또는 제조물 목록의 포괄규정이 도입될 경우, 경영책임자가 관리해야 할 원료 및 제조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져 재해 발생 시 법적용 대상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건설업종은 “경영책임자 의무 중 전담조직 설치 요건인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이내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중소규모에 해당된다”며 “정부가 건설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으로는 내년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경영책임자 범위, 도급인의 책임범위 등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연내에 보완입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