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피살 공무원 아들, 해경청장 상대 소송낸다

입력 2021-07-15 04:05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오른쪽)와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A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A씨가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간부들을 상대로 피해보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해경이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표현을 썼고, 채무 금액 등이 부정확한 수사 결과를 발표해 인권을 침해했음에도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A씨는 김 청장 등을 상대로 2020만922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15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다고 14일 밝혔다. 청구 금액은 A씨 아버지가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인 2020년 9월 22일에서 따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해양경찰청장과 수사정보국장, 형사과장에 대한 진정을 넣었다. 지난 6일 인권위에서 해경 수사 발표가 인권침해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해경은 당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이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 표현했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표현을 사용한 전문가는 7명 중 1명뿐이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심지어 그 1명도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로 자문을 했다고 한다. 또한 A씨는 해경이 고인의 채무 금액과 도박 금액을 부풀려 발표한 것은 실종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는 고인의 사생활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직접 작성한 자술서에서 “해경의 무차별적 수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9개월이 지났다”며 “제가 원한 것은 그간 고통을 겪은 엄마와 저, 동생에 대한 해경의 진심이 담긴 사과 한마디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경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아버지를 죄인 취급하며 고인이 된 아빠와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김 청장 등이 인권침해와 관련해 사과할 경우 소송을 취하할 예정이다. 만약 소송이 진행돼 승소하게 되면 지급받은 금액은 전액 천안함 피격사건 유가족에게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