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증가하며 지난달 감소세를 한달만에 반전시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증가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소폭 상승하면서 코로나19 정부 지원 종료 후 출구전략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가 14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 금융권에서 10조 1000억원(9.6%) 증가했다. 시중은행 대출이 6조3000억원,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3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가 전월(4조5000억원)보다 늘어난 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집단 대출이 9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큰 폭 증가했고, 일반개별 주담대가 1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주담대 가운데 시중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5조원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2004년 통계 작성이래 2015년 6월(6조8000억원), 2020년 6월(5조1000억원)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매매 및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집단대출 취급도 늘어나면서 전월보다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월 6만2000호에서 4월 5만4000호까지 줄었다가 5월 5만8000호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파트 분양물량은 1월 2만9000호에서 6월 3만1000호로 점증하고 있다. 가계 기타대출은 에스케이아이이티 청약 증거금 반환 등으로 5월 5조5000억원 줄어들며 가계대출 감소를 견인했으나 6월 들어서는 주택 및 생활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1조3000억원 증가세로 반전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대출(6조1000억원)과 개인사업자대출(3조2000억원) 증가폭도 6월 기준으로 속보 작성(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영 악화와 정책 금융지원 공급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도 소폭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연체율은 0.32%로, 전월 말(0.30%) 대비 0.02% 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가계대출 연체율 모두 0.01% 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연체율 자체는 올해 들어 0.28~0.32%로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체율이 정부의 정책금융지원 영향으로 낮아졌을 뿐, 코로나19 국면 이후 부실채권이 터지면 연쇄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받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출이자 납부 유예, 대출 만기 연장 등 정책금융을 펼쳤기에 연체율이 낮아 보이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이런 지원이 종료될텐데, 이때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억눌러져 온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