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를 자국 내에서 완전히 걷어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산 장비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기존에 설치된 제품을 갈아치우는 데 2조원 이상 투입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3일(현지시간) 자국 통신사가 중국 통신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모두 19억 달러(약 2조182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CNBC방송 등이 보도했다.
CNBC는 “미국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소규모 통신회사가 화웨이와 중싱통신(ZTE) 같은 회사의 장비를 교체하는 비용을 보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제시카 로젠워슬 위원장 대행은 “이들 장비는 외국에 의해 조작, 파괴, 통제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며 “국가안보를 훼손할 수 있는 장비를 뿌리 뽑을 때까지 통신망, 기지국, 라우터(통신망 간 연결 장치)를 차례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위원회는 보조금 신청 자격을 기존 ‘보유고객 200만명 이하’에서 ‘1000만명 이하’로 확대했다. 지난해 6월 30일 이전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기업의 장비를 공급받은 회사가 교체 비용을 신청할 수 있다.
FCC는 지난해 6월 화웨이와 ZTE를 통신망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했다. 미 통신사가 이들 기업 장비를 구매할 때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도록 한 조치였다. 12월에는 화웨이나 ZTE 장비를 철거·교체하도록 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기존에 발급한 장비 승인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에 종속돼 민감한 정보를 대신 수집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산업스파이 활동에 간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다수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글렌슐로스 화웨이 미국법인 부사장은 이번 FCC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며 “고장나지도 않은 것을 고치려는 비현실적 시도”라는 입장문을 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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