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가 불평등 논의의 새로운 주제가 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자산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면서 주택 소유 여부가 새로운 계급 지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호주 사회학자들의 저서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가 최근 번역돼 주목을 받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이번에 출간한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에서 동일한 주장을 펼친다. “부동산이 불평등의 주범이다.”
남 소장의 책은 기존의 ‘부동산공화국’이나 ‘부동산망국론’에서 진전된 논의를 보여준다. 부동산이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라는 것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돈이 벌리고 부동산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부동산체제’ 속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소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동산체제가 가진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누구나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부동산이 불평등의 주범이 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가계의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에 미치는 영향을 33.5%로 계산했다.
우리나라 상위 2.5% 세대가 소유한 토지 면적이 2019년 57.4%로 1945년 해방 직후보다 토지 소유 불평등 정도가 더 나빠졌다고 전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체제화된 상황에서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다. 저자는 지난 10년간의 서울 아파트 준공실적, 유주택자·다주택자 주택 비율,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입 비율 증가 등을 보여주며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공급부족론’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이유로 사상 최저인 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비우호적인 미디어 환경, 철학의 부재 등을 꼽는다.
특히 진보진영이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금융규제에 치중하는 경향을 비판하면서 불로소득의 관점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부동산체제의 성격을 ‘불로소득 유발형’에서 ‘불로소득 환수형’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유세 강화를 내세운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그 세액 전부를 기본소득으로 분배해주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도 검토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