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악의적 수사 유출 엄단”… 정권 수사 보도 통제 논란

입력 2021-07-15 04:02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수사 대상자의 명예훼손 및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의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강화 대책을 발표한 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과천=서영희 기자

법무부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방지하겠다며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수사 대상자의 명예훼손 및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정권 관련 수사 정보의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감찰은 한 전 총리 사건을 계기로 진행됐지만 브리핑은 피의사실 유출 방지대책 마련에 방점이 찍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악의적 수사상황 유출은 반드시 엄단하겠다”며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 초·중기에 수사 내용을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상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는 예외 규정에 더 엄격한 제한을 거는 방향으로 개정에 나선다. 관련 조항은 언론 요청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단계별로 공개 가능한 수사상황 기준이 마련된다. 압수수색의 경우 대상 기관·기업, 일시 및 장소, 죄명, 출국금지의 경우 공적인물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 체포·구속의 경우 피의자, 죄명, 영장 기재 혐의사실 등을 알릴 수 있다. 법무부는 “공식적 공보를 확대해 특종보도 경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상황으로 폭넓게 규정했던 것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면서 오히려 공보가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보도 경쟁을 하지 말고 공보하는 것만 받아쓰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다른 예외 규정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범죄 피해의 급속한 확산 등이 우려될 경우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범죄에만 이 조항이 적용된다.

박 장관은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 의심 사례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라임 사건’ ‘월성원전 사건’ ‘옵티머스 사건’을 꼽았다. 모두 정권 및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던 사건이다. 박 장관은 유출 정황을 확인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면서도 “강력한 추정을 갖고 자료에 담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모해위증 의혹의 이례적 인권부 재배당,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교체로 인한 공정성 논란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업무 처리가 부당했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대검에서는 그간 해당 논란에 대해 총장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반박해 왔다. 법무부는 사건 배당 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입건해 수사 중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