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Y 공작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정쟁 악용 안 돼

입력 2021-07-15 04:05
정치권이 ‘윤석열 X파일’로 한동안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Y 공작설’로 다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Y 공작설은 가짜 수산업자한테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제기했다. 그는 13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을 만나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이가 ‘Y를 치고 우릴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고 말하더라”고 주장했다. Y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은 윤 전 총장 대변인을 잠시 맡았다가 얼마 전 사임했다.

업자와의 유착 관계로 수사를 받는 사람 입에서 나온 주장이라 현재로선 곧이곧대로 다 믿기는 어렵다.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았고 아직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설사 누군가 이 말을 한 게 사실이라 해도 그 사람이 어디 소속인지, 정권과 어떤 관계인지를 따져봐야 진짜 공작 차원에서 한 말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 과시적인 말에 불과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권에서는 마치 공작이 본격화된 것인양 반응하고 있으니 성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윤 전 총장 측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아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나 이게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 정치이자 수사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 사법 거래”라고 밝혔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 전 위원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입장처럼 들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진실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범야권 대권 주자에 대한 공작 의혹 자체는 굉장히 거대한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여당은 “3류 자작극 같다”며 공작설을 일축했다.

이런 가정법을 전제로 한 실체 없는 진위 공방을 끝내려면 이 전 위원이 공작설을 뒷받침할 근거를 속히 내놓아야 한다. 본인을 회유했다는 사람과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하면 진위가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공작설만 던져놓고 대선판을 계속 흐리게 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야권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공작설을 확대재생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