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으로 지난달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대뜸 “5년 전 너무 고마웠다”며 재단에서 신장이식 수술 지원을 담당했던 김래홍 사회복지사를 찾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북 익산에 사는 이종현(50)씨였다. 5년 전 밀알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도움으로 신장 이식을 받았던 그는 “과거의 신세를 갚고 싶다”며 밀알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씨는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000만원이 개인적으로는 큰돈이지만, 막상 누군가 도우려고 보니 너무 적은 금액인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이씨는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하나님 기쁘게 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주님께선 가난하고 병든 자들과 함께하는 걸 가장 좋아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1000만원은 정부 지원금으로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년간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이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도 이씨는 몸이 좋지 않아 입원 생활을 길게 했다. 합병증으로 2번의 수술을 더 받기도 했다. 약 50만원의 정부 지원금은 약값으로 거의 다 나갔지만, 그래도 이씨는 매달 적어도 1만~2만원씩은 꼭 저축했다. 소일거리를 하며 번 돈도 차곡차곡 모았다.
이씨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던 때를 인생의 변곡점으로 봤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따라다닌 신장 장애로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고, 온몸이 마비돼 걷기도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투석하던 병원 관계자조차 이씨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
그런데 이씨가 삶의 모든 의욕을 잃었을 때 전북대병원으로부터 신장이식이 가능하단 말을 들었다. 한 차례 신장이식 기회를 놓친 적이 있던 터라 다시 기회가 오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씨는 밀알과 캠코가 진행 중인 신장 장애인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2015년 12월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께 이제 그만 데려가 달라는 기도까지 했었다”며 “그런데 그때 하나님께선 살길을 열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씨는 모든 걸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돈을 모은 것도 이때부터다. 중학교 때 하나님을 믿으면서 가졌던 꿈도 다시 떠올렸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남을 돕는 데 무슨 자격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하나님 주신 은혜에 감사함을 느끼고 나니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밀알 기부를 위해 모았던 돈과는 별개로 매월 자신의 생활비 일부를 떼어 소외 아동 및 독거노인을 돕고 있다. 여전히 자신도 몸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있지만 “주님의 사랑으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께서 인도하시기에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그저 감사함을 잊지 않으며 주님의 기쁨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