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주목받는 선구매후지불(Buy Now, Pay Later·BNPL) 시장에 뛰어든다. 간편결제, 신용카드에 이어 할부결제 시장까지 뛰어든 것은 애플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함께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NPL는 물건을 먼저 구매한 후 나중에 결제를 하는 것으로 할부와 비슷한 개념이다. 차이가 있다면 BNPL를 업체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업체에서 100만원 짜리 물건을 4개월 할부로 샀다면 일반 할부는 매달 고객이 25만원과 할부에 따른 이자를 업체에 내야 한다.
반면 BNPL를 이용하면 고객이 물건을 사는 순간 BNPL 업체가 일시불로 업체에 대금을 지불한다. 고객은 여러 번에 나눠 BNPL 업체에 돈을 내면 된다. BNPL을 이용하면 구매하는 시점에는 돈을 전혀 내지 않고 할부도 원하는 기간에 나눠낼 수 있다. 판매 업체 입장에선 대금을 한 번에 다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BNPL 업체는 판매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지만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NPL은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은 ‘애플 페이 레이터’라는 이름으로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 설치된 애플페이로 물건을 살 때 BNPL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 옵션이 제공된다. ’애플페이 인 4’는 2주 간격으로 4번에 결제금액을 나눠내는 방식으로 무이자로 제공된다. 이자가 붙는 월단위 할부 ‘애플페이 월간 할부’도 이용할 수 있다. 이자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BNPL을 도입하면 애플페이 사용이 늘면서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도 확대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애플은 2014년 애플페이를 선보인 데 이어 2019년에는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출시하는 등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전체 소매업체의 85%가 애플페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애플이 BNPL 시장에 뛰어들면 다른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진출 소식에 BNPL를 제공하는 어펌과 애프터페이는 각각 주가가 10%와 9.6% 하락했다. 페이팔도 0.6% 내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