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국정농단 특검 ‘올스톱’… 예산 2억 ‘공중분해’

입력 2021-07-15 04:06

‘2억원’

국정농단 사건 공소 유지를 위해 정부가 매년 편성해 온 예산 규모다. 대부분이 인건비로 벌써 4년째 ‘정상 지급’돼 왔다. 그런데 이 예산이 올해 들어 흔들리고 있다. 슈퍼카 논란을 빚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7일 사표를 내고 2명의 특별검사보가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예산 집행이 정지된다. 다 쓰지 못한 예산으로 남아 ‘불용’ 처리되는 것이다.

물론 신임 특검을 임명한다면 언제든 재집행이 가능하다. 예비비로 편성해 두는 예산을 활용해 지급해 온 터라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급 과정 재개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신임 특검을 임명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이다.

일단 절차부터가 문제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검은 여야가 합의한 2명의 후보자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야당이 누구인지가 불분명해졌다. 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는 지금은 해산한 ‘국민의당’이 야당이었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해 2월 창당한 국민의당과 이름은 같지만 동일한 당으로 보기 힘들다. 때문에 야당이 어디를 지칭하냐는 논란부터 해소해야 후보자 추천이 가능하다.

이 부분이 해소된다고 해도 후보자가 선뜻 나설 거라 기대하기 힘들다. 변호사 수임료에 비해 특검 예산이 박봉인 데다가 향후 해야 할 일도 주목받기 어려운 일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목받을 만한 주요 인사 관련 재판은 마무리됐다. 현재 공소 유지가 필요한 사안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피고인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2건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예산이야 언제든 편성 가능하니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며 관망하는 모양새다. 예산 지원을 해도 공소 유지를 담당할 적임자를 못 뽑는 촌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