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첨탑은 교회가 입주한 상가나 교회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하는 뾰족한 탑을 말합니다. 끝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죠. 교회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태풍이 상륙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8~9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에 첨탑이 부러지는 사고가 매년 발생합니다.
지난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 전북 군산의 3층짜리 교회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첨탑이 붕괴돼 옆 건물 옥상으로 쓰러졌습니다. 같은 날 부산 사하구와 인천 남동구, 경남 통영시에서도 교회 첨탑이 강풍에 넘어져 주택가를 덮쳐 소방 당국이 출동한 일이 있었죠. 2019년 제13호 태풍 ‘링링’ 때는 서울 도봉구의 한 교회 첨탑이 부러졌습니다. 경기도 수원과 시흥의 교회 첨탑도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갔습니다.
교회 첨탑은 태풍과 상극입니다. 콘크리트를 부어 만드는 건축물이 아니라 일종의 조형물이기 때문이죠. 애초에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첨탑입니다. 태풍은 비보다 강풍이 남기는 피해가 더 큽니다. 국토교통부도 최대 풍속 33∼44㎧ 때는 사람이 날아갈 수 있고 44㎧가 넘어가면 안전하던 철탑도 휘거나 부러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첨탑이 있는 교회는 반드시 태풍에 대비해야 합니다. 첨탑이 날아가 행인이나 자동차를 덮치는 2차 피해가 무엇보다 무섭습니다. 다행히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13일 교회 첨탑 철거 지원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시는 “태풍이 왔을 때 전도될 위험이 큰 교회 첨탑을 전수조사했으며, 안전등급을 부여해 D·E 등급으로 판정된 곳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서울시는 7919개 교회의 첨탑 설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구조전문가와 함께 다음 달 말까지 높이 4m 넘는 노후 첨탑에 대해 안전점검을 한다고 밝혔죠. 시는 낮은 등급을 받은 첨탑이나 교회 이전으로 방치된 첨탑 등을 중심으로 최대 400만원의 철거비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교회 첨탑은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태풍이 지나는 모든 길목에 첨탑이 있죠. 본격적인 태풍 시즌이 시작되기 전 교회들이 자발적 점검을 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해야 하는 교회가 주민들에게 첨탑 붕괴로 인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다음 달부터 연달아 태풍이 상륙합니다. 바로 지금 교회 첨탑의 안전을 점검해야 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