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슬픔이 아닌 사랑을, 아쉬움이 아닌 소중함 알게 해

입력 2021-07-16 03:05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 투병을 하는 동안 힘이 되고 싶었는데, 책을 가장 가까이하는 직업을 가진 아들인데도 책을 읽어드리며 위로를 해드리지 못했다. 2년이 넘게 지났다. 어머니를 매 순간 추억하며 살고 싶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너무 나와 잊고 살 때가 많았다. 눈물을 멈추기 위해 애써 잊으려 하지 않고, 평생 기억 속에 담고 그 사랑을 추억하며 기쁨을 누리며 살 수는 없을까.

책은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본 선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죽음, 상실에 관한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 책 ‘슬픔을 쓰는 일’(IVP) 역시 엄마를 떠나보낸 정신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장이 쓴 책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가슴이 너무 떨렸다. 이런 책을 정말 기다려왔는데, 쉽게 펼칠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과 절망을 만나면 책을 통해 도움을 얻고 싶은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럴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버겁다. 그리고 그 현실을 지나온 후에야 비로소 책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도 지금이 그렇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한 장, 한 장 내가 이야기 속의 가족이 돼 함께 그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울고, 기도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라고 해서 내용이 고통스럽거나 슬픔으로 가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 “천국을 소망하세요”라고 말하지만도 않는다. 저자는 이미 오래전에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먼저 떠나보내고 늘 엄마의 죽음을 대비하며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책은 죽음보다 ‘삶과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숨쉬기 위해 쓰다’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더는 슬픔 속에 머물지 않고 살기 위해 읽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세상에서 떠나보낸 독자뿐만 아니라, 지금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다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슬픔이 아닌 사랑을, 아쉬움이 아닌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은 늘 좋으나, 말만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지속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런 힘을 준다.

고태석 팀장(토기장이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