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연대도, 오작교 아래 출렁이는 그리움, 그 섬에 반하다

입력 2021-07-14 20:53
일몰 무렵 경남 통영 연대도 쪽에서 내려다본 만지도 모습. 푸른 물결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끝 작은 해수욕장 옆으로 조성된 나무데크길이 저녁노을에 물든 바다를 끼고 만지마을로 이어져 있다. 왼쪽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만지봉이다.

경남 통영은 ‘섬 부자’다. 욕지도 매물도 사량도…. 호수라고 해도 믿을 듯 잔잔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쪽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반짝이는 보석 같다. 연대도와 만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의 번잡스러움을 털어내며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두 섬은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100m 남짓 거리를 두고 빤히 보이지만 바닷길에 막혀 서로를 바라보며 애태우던 이웃이었다. 칠월칠석 견우별과 직녀별을 이어주듯 길이 98.1m, 폭 2m로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한 섬이나 다름없게 됐다.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바로 마을이다. 마을회관, 경로당, 카페, 민박집들이 가지런하게 포구에 늘어서 큰 섬마을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마을길을 따라 이어진 집에 붙은 문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명품섬으로 선정되며 집집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문패가 걸렸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연대도 유일한 점방집’ 등 문패만 봐도 어떤 집인지 감이 잡힌다.

아기자기한 벽화도 미소를 짓게 한다. 섬 지도 벽화에 그려진 굴뚝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던 것이다. 이 섬의 이름이 연대도(烟臺島)가 된 연유다.

대나무 숲이 울창한 연대도 지겟길 초입.

연대봉(해발 220m) 5부 능선을 따라 동쪽 숲을 연결하는 걷기여행길이 지겟길(2.3㎞)이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한 구간으로, 과거 마을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길이다. 전망대를 연결하는 호젓한 숲길이 1시간 30분 이어진다.

연대도 작은 몽돌해변에서 사진 찍는 여행객들.

마을 남쪽에 고요히 자리한 몽돌해변이 인기다. 언덕을 사이로 동쪽엔 넓은 해수욕장이, 서쪽엔 조그만 해수욕장이 있다. 동쪽 해수욕장에서는 달그락대는 몽돌 소리에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다. 작은 해수욕장은 사진 명소다. 몽돌로 막힌 작은 물웅덩이가 근사한 반영을 만들어주고 멀리 작은 섬은 훌륭한 배경이 돼 준다.

연대도는 2011년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해 자체 생산전력으로 섬을 밝히며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에코아일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마을 북쪽에 폐교된 옛 산양초교 조양분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에코체험센터가 자리한다. 화석 연료를 쓰지 않고 태양광과 지열만을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하는 ‘에너지 제로하우스’다.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드는 ‘탄소 없는 여행’ 참가자.

이곳에서 통영시 경남생태관광협회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한 ‘탄소 없는 여행’이 시작됐다. 지난달 18일과 25일 두 번의 모니터링 여행이 진행됐다. 문제점을 보완해 지역여행사 ‘통영이랑’을 통해 11월 5일까지 16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섬에서 24시간 체류하며 ‘세 가지(화석연료사용·일회용품사용·재활용불가 쓰레기 배출) 안하기’를 실천하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연대도를 산책하며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드는 ‘비치코밍 업사이클 대회’ ‘탄소 없는 요리교실’ 등으로 꾸려진다. 몸은 좀 고될지라도 마음에는 힐링이 찾아든다.

연대도에서 출렁다리를 지나 만지도로 갈 수 있다. 출렁다리는 파도 위 아슬아슬한 자태로 섬의 랜드마크가 됐다. 길이 98m의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틈새로 청아한 물결과 파도 소리가 밀려온다. 끝에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데크길 옆 모래해변이 앙증맞다.

‘다른 섬에 비해 사람들이 늦게 들어가 살게 됐다’고 해서 만지도(晩地島)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을 안내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100년간 한자리를 지킨 우물, 섬에 지어진 최초의 집 등 섬에 얽힌 이야기와 흑백사진이 담겨 있다.

마을 뒤로 올라서면 ‘바람길 전망대’다. 안내도를 보며 연화도 욕지도 등 주변 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람길 전망대에서 섬마을 연인의 이야기가 담긴 ‘견우직녀터널’을 지나 만지봉 정상(99.9m)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 그늘을 드리우는 만지도 200년 해송.

언덕 높은 곳에 우뚝 서 시원한 그늘과 휴식처를 제공하는 해송은 200년을 훌쩍 넘었다. 정상을 지나 욕지도전망대까지 길이 이어진다. 돌아올 때는 울창한 동백나무숲을 지날 수 있다.

여행메모
요금·소요시간 등 고려해 출발지 선정
전복해물라면·멍게비빔밥… 특산 별미

연대도와 만지도는 둘러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마을길과 산길을 모두 걸어보려면 첫 배를 타고 들어가 마지막 배로 나오는 게 좋다. 민박과 펜션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하룻밤을 쉬어가면 여유롭다.

달아항에서 연대도까지는 약 20분, 연명항에서 만지도까지는 15분이면 도착한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여객선을 수시 증편한다. 어디서 출발할 지는 요금과 소요시간, 주차료 등을 고려해 출발지를 선정하면 된다. 연명항에서 출발하는 작은 유람선 홍해랑호의 왕복 요금은 대인 1만2000원(통영시민과 경로는 1만원), 소인 7000원이다. 주차는 무료다. 달아항에서는 차 2~3대를 실을 수 있는 작은 카페리 여객선도 다닌다. 운임은 2000원 저렴하지만 주차료(최대 하루 7000원)가 있다. 배를 이용하면 3000원 할인해 준다. 선착장 주변에는 멍게비빔밥 전복죽 등 특산먹거리 식당이 있다. 특히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전복해물라면이 별미다. 배를 타려면 승선 명부 작성, 신분증 제시는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