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의 강한 압박과 개인기에 고전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승부를 끌어냈다.
한국은 13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가진 평가전을 2대 2로 끝냈다. 이 경기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표팀의 전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두 번의 평가전 중 1차전이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와 최종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대표팀은 그 이튿날인 17일 일본으로 떠나고, 22일 뉴질랜드를 상대로 본선 조별리그를 시작한다.
체감온도 30도를 웃돌고 습도 78%를 가리킨 이날 한국의 무더위는 일본 날씨와 유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장 잔디를 짧게 깎아 올림픽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에 최적화된 평가전 상대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2008년 중국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도쿄올림픽 남미 예선에서도 1위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예선에서 4골을 넣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브라이튼)를 비롯해 파쿤도 메디나(랑스) 아돌포 가이치(CSKA모스크바) 등 유럽파가 다수 포진했다.
한국은 황의조 김민재 권창훈 등 경험 많은 와일드카드를 모두 선발에서 배제했다. 이들을 대신해 송민규 엄원상 이동준 등 젊고 발 빠른 선수들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아르헨티나에 넘어갔다. 아르헨티나는 공수 간격을 좁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한국은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원두재가 아르헨티나 공격수 가이치에 공을 빼앗겨 허용한 역습에서 맥 알리스터는 우리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 먼 거리에서 때린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기를 제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아르헨티나 왼쪽 윙어 카를로스 발렌주엘라는 현란한 발기술과 드리블로 한국 진영을 휘저었다. 전반 22분 김동현이 상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집념을 발휘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전반 35분 이동경이 페널티박스 중앙 바로 앞에서 날린 왼발 무회전 슛으로 아르헨티나 우측 골문을 뚫어 동점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의 빌드업을 방해해 공을 탈취한 김동현의 투지가 동점골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후반전에 공세를 펼쳐 한국을 압박했고, 다시 빠르게 득점했다. 발렌주엘라는 후반 9분 긴 패스를 이어받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수비를 한 차례 제친 뒤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은 후반 13분 권창훈, 이강인에 황의조까지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 결실을 후반 추가시간 1분에 맺었다. 코너킥에서 이강인의 크로스를 아르헨티나 골키퍼가 쳐내자, 엄원상이 페널티박스 외곽 오른쪽 먼 거리에서 공을 잡아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려 동점골을 뽑아냈다.
용인=이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