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들이 ‘충청권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양승조 충남지사를 두고 쟁탈전에 돌입했다. 첫 본경선 지역이 대전·충남인 만큼 양 지사의 지지를 얻어 충청권 민심을 잡고, 경선 초반 기세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13일 양 지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세균 캠프가 먼저 이날 오전 “양 지사는 정세균 후보를 만나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 지사가 전날인 12일 정 전 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정 후보를 돕는 것이 저를 돕는 것이고, 정세균의 승리가 나의 승리이며, 우리 충청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 내부에서는 “너무한 것 아니냐”며 정 전 총리 측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양 지사와 회동하기 위해 충남도청을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 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도지사로서 지역을 찾아준 어른(정 전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의 덕담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균 캠프도 보도자료에 있던 ‘지지 선언’을 ‘사실상 지지의사 표명’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양 지사를 두고 경쟁하는 데에는 충청권이 가지는 ‘스윙보터’ 상징성에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권은 지지세가 가장 불분명한 지역이었다”며 “본경선 첫 지역이 충청권이기 때문에 캠프마다 ‘충청권을 잡고 가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충청대망론’ 견제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8월 7일 대전·충남에서 시작되는 민주당 본경선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는 점은 변수다. 민주당은 순회경선 일정마다 대의원·권리당원 투표는 현장공개하기로 했는데, 이 투표 결과가 ‘슈퍼위크’의 시작인 8월 15일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충남의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약 5만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8월 7~8일 공개되는 충청권 대의원·권리당원 투표가 경선판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충청권을 순회경선 첫 지역으로 선정한 점도 경선 흥행과 관련이 있다. 당 관계자는 “중부권은 중립지대적 성격이 강해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결과에 따라 경선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흥행요소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본경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편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이날 김경수 경남지사의 장인상 빈소를 조문했다.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전남 목포에 마련된 김 지사 장인의 빈소를 찾았고,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후보는 14일 조문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로 도정을 비우기 어려워 빈소에 조기를 보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