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혼란 부추기는 여야·당정

입력 2021-07-14 04:01
연합뉴스TV 제공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여부를 놓고 정부는 물론 야당과 갈등을 빚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하는 당론을 채택했다. 하지만 정부가 여전히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고 전날 여야 대표 합의가 번복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충돌한 야당 역시 선별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하는 것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결정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당정청 협의를 거쳐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 국민 지급 방안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모호한 소득 하위 80% 선별기준, 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지급 대상의) 소득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였고 방역상황 악화가 초래할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내수진작을 위해 전국민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가능하면 빨리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도입키로 했던 ‘신용카드 캐시백’은 폐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재난지원금 액수는 재원 조정 후에 결정키로 했다. 재난지원금 확대를 위해 필요한 추가경정예산 증액 규모는 2조~4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여당이 당론으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계획을 밝혔지만, 전날 여야 대표 간 합의가 번복된 것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져 정치권이 국민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재정 당국 수장이 국회 추경 논의과정에서 여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하루 종일 대혼전이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합의안 번복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별지급과 선별지원이 저희 당론”이라며 당내 반발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송영길 대표를 만나 귤 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 만에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됐다”고 비꼬았다.

이 와중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 요구를 정면 반박하며 전선을 넓혔다. 홍 부총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여야 대권 주자까지 전 국민 지급안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기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 지급을 촉구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준석 대표를 향해 “판단이 실망스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은 늦어도 23일까지 추경안 처리 목표를 세웠지만 정부와 야당 반발이 이어져 7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승욱 오주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