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30)씨는 여자친구의 1살 고양이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여자친구의 아파트에 오래 머문 날이면 얼굴이 붓고 재채기와 콧물이 나오는 등 면역반응이 나타나는데 병원 상담 결과 ‘고양이 알레르기’ 판정을 받은 겁니다.
황씨는 여자친구가 아끼는 반려묘와 더불어 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하는 항생제를 복용하고 고양이 털과 침이 쉽게 묻는 퍼(인조모피) 혹은 천 재질의 양탄자 인형 소파 등을 집에서 치웠습니다. 세탁물에 묻은 고양이 분비물을 쉽게 제거하기 위해 대형 건조기도 들여왔죠.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황씨는 “장차 태어날 아이도 털 알레르기를 물려받으면 어쩌나, 독한 항생제를 계속 먹어도 괜찮나 걱정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알레르기를 앓아도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79년 전통의 미국 알레르기 전문의대학(ACAAI) 및 의료 연구 공유사이트인 웹엠디(WebMD)의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웹엠디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약 15%는 동물 알레르기에 시달립니다. 동물의 털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알레르기의 원인은 동물의 몸에서 떨어져나온 단백질 부스러기, 덴더(dander)입니다.
덴더는 각질, 침, 소변 등 다양한 분비물에 녹아 있습니다. 고양이가 그루밍하느라 털에 묻힌 소량의 침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요. 미 템플대 소아청소년과 면역전문의 데릭 K 존슨은 “털 없는 고양이도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면서 “동물 알레르기의 원인은 털이 아니라 몸에서 떨어진 단백질 성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덴더가 몸에 닿으면 예민한 사람들은 히스타민이라는 염증 유발물질이 과다 생성됩니다. 히스타민은 가려움증 등 면역반응을 촉진하죠.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면역반응에 시달릴 위험성이 큽니다.
불행히도 알레르기 반응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항히스티아민제, 스테로이드 기반의 코 스프레이제 등을 이용하면 고양이 알레르기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뿐이죠.
자식의 알레르기 성향은 어머니 쪽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웹엠디의 심혈관전문의 제니퍼 로빈슨은 “어머니가 알레르기 병력이 있다면 75% 확률로 아이에게도 유전된다”며 “아버지로부터 유전되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소개합니다.
부모의 관찰만으로 아이의 동물 알레르기 여부를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부모의 유전 외에 식습관, 실내 청결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알레르기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병원에서 혈액 및 피부 면역검사 등을 받기를 권합니다.
알레르기 환자가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다만 노력 여하에 따라 면역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면역 전문의인 데릭 K 존슨은 두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첫째, 회피입니다. 침대 책상 등 알레르기 환자의 생활공간에 동물을 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양이가 환자의 개인 방 출입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둘째, 청결한 환경입니다. 카펫과 소파 커버 등 동물의 각질이 쌓일 수 있는 집안의 섬유 제품을 제거하세요. 바닥은 청소가 쉽고 표면이 매끄러운 타일이나 나무 장판을 깔아야 합니다. 침구 의복은 자주 세탁해야 하죠. 자동차 시트에도 매끈한 깔개를 깔아서 반려동물이 바로 앉지 못하게 하고 자주 청소해주세요. 동물을 자주 목욕시키는 것도 각질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