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가교육위법이 공포되면 내년 7월 중순 국가교육위가 공식 출범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100년 대계’를 이끌 기구를 목표로 만들어지지만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원회의 제1 존재 이유인 ‘정치권 입김에 따른 조변석개식 교육정책 방지’도 달성하기 어려워 사실상 교육부가 한 개 더 생기는 효과 말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교육위법이 의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다음 주 화요일(20일)쯤 법안이 공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국가교육위 설립 준비단을 꾸리고 시행령 마련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국가교육위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선 법적 지위가 독립기구가 아닌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위원 21명 중 대통령 몫이 5명이다.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까지 포함하면 6명이다. 국회 추천은 9명으로 여야 교섭단체에서 8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서 1명씩, 교원단체 2명, 지자체 협의회 1명, 교육감 대표 1명이다. 대통령·여당 몫이 10명이어서 다른 위원 1명만 끌어들이면 위원회를 좌우하게 된다. 정치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기존 교육부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교육위는 교육부 기능 가운데 대입정책, 국가교육과정 수립 등 민감한 업무들을 상당수 가져가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업무를 나눌지는 시행령에 담길 예정인데 행정적 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육 정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무 자르듯’ 업무를 나누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행정이 크게 국가교육위, 교육부, 시·도교육청 세 갈래로 쪼개지게 되는데 이들이 엇박자를 낼 경우 결국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교육부 간부는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도 못한 이도저도 아닌 조직이 만들어졌다”며 “교육부와 어떻게 업무를 나눌지 아직 모르지만 마치 머리가 두 개인 동물처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십상”이라고 혹평했다.
위원회 규모는 상당할 전망이다. 장관급인 위원장 1명과 차관급인 상임위원이 2명이다. 사실상 차관급 대우를 받는 비상임위원이 18명이나 된다. 교육부는 부총리와 차관이 각각 1명이다. 위원회는 21명 전체위원회 말고도 국민참여위와 전문위원회라는 상설기구를 둔다. 비상설기구로 특별위원회도 설치한다. 이런 위원회 업무 전반을 뒷받침하는 사무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가교육위가 한해 평균 181억원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