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선 기본소득에 대한 찬성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 기존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했던 선별적 복지와 비교할 때 간소한 행정적 절차,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대응 등 기본소득의 강점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국민일보가 미 정치매체 더힐·해리스X의 2019년 2월과 2020년 8월 미국 유권자 대상 보편적 기본소득(UBI) 여론조사를 비교한 결과 2019년 43%를 기록했던 기본소득 찬성 비율은 1년반 동안 12% 포인트 상승해 과반(55%)을 넘겼다.
특히 MZ세대의 찬성 비율은 노년층보다 배 이상 높았다. 2019년 조사에선 18~34세 미 유권자 중 55%가 기본소득을 지지했지만 2020년 조사에선 69%가 찬성했다. 35~49세 유권자의 기본소득 지지 비율도 2019년 53%에서 16% 포인트 상승했다. 50대 미만 유권자 10명 중 7명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65세 이상 유권자의 기본소득 지지 비율은 34%에 불과했지만 전년도와 비교할 때 13% 포인트 상승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경향이 컸지만 젊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8월 미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공화당 지지자는 10명 중 2명(22%)에 불과했지만 18~34세에선 41%를 기록했다. 이는 35~49세(22%), 50~64세(17%), 65세 이상(9%) 등 각 연령대의 공화당 지지층과 비교할 때 최대 4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CNN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한때 좌파 정치인들의 공상으로 취급받던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팬데믹이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코로나19가 이와 유사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는 세계적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기본소득이 선별적 복지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평가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뉴캐슬대 인구건강과학연구소는 지난해 5월 미국과 영국 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선별적 복지 및 기본소득에 대한 선호도와 함께 어느 제도가 행정적 절차, 빈곤 감소 등 복지제도에 요구되는 특성을 더 잘 충족하는지 연구한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연구진은 “간소한 행정적 절차, 빈곤 감소 정도,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적합성 등 부문에서 기본소득이 더 잘 충족할 것이란 응답이 높았다”며 “선별적 복지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명제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선별적 복지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종종 사회적 시선이나 복잡한 청구 과정 때문에 복지 혜택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적절한 과세체계와 결합된다면 기본소득의 분배효과는 저소득계층에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우진 황윤태 기자 uzi@kmib.co.kr
[美 기본소득 실험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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