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열광한 ‘가상 인플루언서’… LG·삼성은 “고민중”

입력 2021-07-14 04:06
기업들이 자사 광고 모델로 가상 인물을 앞세우면서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신한라이프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왼쪽)와 LG전자 가상 인물 김래아의 모습. 신한라이프·LG전자 제공

광고 속에서 음악에 맞춰 유연하게 춤을 추고 패션 화보에서 모델로 포즈를 취한다. 전국의 맛집과 전 세계 명소를 여행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3만여명 팔로워에게 선보이고 댓글로 소통한다. 연예인이나 유튜버의 삶이 아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X가 지난해 선보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이야기다.

가상 인물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신한라이프는 첫 광고 모델로 로지를 앞세웠다. 로지가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이 나중에야 알려지면서 광고는 MZ세대의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13일 기준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어섰다.

로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상 인물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만든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에서 5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했다. 영국 전자상거래기업 온바이에 따르면 미켈라는 지난 한 해 동안 1170만 달러(약 13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의 이마, 중국의 아야이 등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인공지능(AI),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도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인간과 구별 안 될 정도로 비슷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가상 인물을 쉽게 받아들이는데, 기술이 발전해 가상 인물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사생활 문제 등의 리스크가 낮고 기술 발전으로 개발 비용도 낮아져 기업의 가상 인물 활용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가상 인물을 선보였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않고 있다. LG전자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설정의 가상 인물 ‘김래아’를 만들어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온라인 콘퍼런스 무대에 세우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했다. 삼성 산하 벤처조직 스타랩스는 CES 2020에서 인공 인간 ‘네온’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이 교육을 위해 만든 ‘샘’도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김래아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 3월 이후 아무 소식도 올라오지 않는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김래아를 어떻게 활용할지 내부에서 방향성을 고민하며 논의 중”이라며 “가상 인플루언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샘이 교육용 캐릭터인 만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네온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가상 인플루언서라기보단 키오스크 안내, 고객 응대 등의 서비스에 활용되는 정도”라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