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재원조달 ‘개인정보 신탁 판매’ 거론… 되레 불평등 심화

입력 2021-07-14 04:04

기본소득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재원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탄소세나 거래세, 재산세 등을 늘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증세는 고소득층에서 조세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최근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최근 개인정보를 신탁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지난달 27일 포괄적 기본소득(UBI)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데이터 트러스트’를 제안했다. 데이터 트러스트는 개인정보 집합 자산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개념이다. 포천은 “시민들의 데이터가 지닌 엄청난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소수의 테크기업에 의해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면서 “일종의 개인정보 집합 신탁제도인 데이터 트러스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 트러스트는 증세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기존 구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대안이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복지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해야 모든 성인에게 1350달러(154만6290원) 정도의 UBI를 지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기본소득이 ‘소득’으로 잡혀 다시 세금으로 징수될 경우 최하위 계층은 더 큰 조세 부담에 직면한다”면서 “UBI가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천은 데이터 트러스트를 민간 또는 공공기관에 유료로 접근권한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시민들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분배하면 UBI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포천은 “데이터 집합은 다른 데이터와 결합할 때 가치가 증가한다”면서 “건강기록이나 교통습관, 환경 정보 등의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고 더 비싼 정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의 가치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지난 3월 고객의 예매내역 등 데이터 세트에 240억 달러(27조4848억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포천은 “모든 시민이 데이터 트러스트에 참여한다면 배당금으로 매달 수천 달러를 나눠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윤태 정우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