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에 친정부 행사… 정권 말 국책硏 군기잡기 논란

입력 2021-07-14 04:06

정권 말 국책연구기관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들의 대외활동을 살피겠다며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안이 소송전으로 번졌고 일종의 ‘알박기’ 인사가 수장으로 온 국책연구기관이 친정부 편향 행사를 주최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국책연구원 대외활동 과잉 감사 논란(국민일보 2020년 4월 16일 보도)의 여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국책연구원 전 직원의 대외활동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한 감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지급명세서 목록, 거주자 기타소득지급명세서 등 과도한 수준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번지는 등 ‘현재진행형’이다. 법제연구원 소속 A씨는 당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연구원은 파견근무 중이던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에 A씨를 ‘특별감사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이후 A씨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해당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판단해 달라고 신청했고,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판정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는 연구원이 징계 등 보복성 조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며, 연구원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연구원 측은 “규정상 감사 불응에 따른 징계 절차일 뿐, A씨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소득증빙자료는 감사에 필수적 자료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제출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도 국회의 지적에 따라 진행한 감사이며 대외활동의 사전신고·허위신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개인별 소득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수의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의 감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B씨는 “특정인에 대한 낙인찍기”라며 “충분히 개인이 판단해 (개인정보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데,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까지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C씨도 “부적절한 대외활동만 걸러 본다고 하지만, 왜 (개인정보를) 전수조사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국책연구원들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정부 인사가 정권 말 국책연구기관장에 일종의 ‘알박기’로 들어가는 것에서 나아가, 원장의 성향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이 휘둘리는 점도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주관한 ‘문재인정부 4년 국정 운영 평가’ 콘퍼런스에서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놔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시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으며 일자리·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KDI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홍장표 원장이 오기 전 ‘중기재정 계획’, ‘공기업 부채 문제’ 등 정부의 대책을 준엄히 비판해 온 터여서 이번 콘퍼런스의 성격이 홍 원장의 부임과 무관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KDI는 세션 내용과 주제는 정책기획위원회와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위원회에서 마련했을 뿐 원장의 성향과는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친정부 인사가 원장으로 부임하면 전반적으로 정부 비판 연구 기조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