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와 번복 소동은 그 과정은 물론 합의 내용도 다 잘못된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추가경정예산 재편성이 시급한데도 여야가 엉뚱한 방향으로 예산을 주무르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두 대표는 12일 만찬 자리에서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합의하고 대변인을 통해 이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채 100분도 안 돼 국민의힘 내부 반발로 번복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을 이리도 얼렁뚱땅 합의하고 손바닥 뒤집 듯 금방 번복하는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조원의 추가 예산이 들 수도 있는 전 국민 지원금 문제를 만찬 때, 그것도 당내 의견수렴도 없이 덜컥 합의한 것부터 잘못됐다. 국회에는 이미 소득 하위 80% 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추경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 혼자 제출한 게 아니라 여당과 협의를 거친 안이다. 그런데도 송 대표가 대선을 의식해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재정 상황이 빠듯한 지금 전 국민 지급을 추진할 때인가. 게다가 장기화될지 모를 코로나 4차 대유행을 감안하면 오히려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줄이고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을 없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더 메워줘야 할 판이다. 현 추경안에 소상공인 등의 피해지원액이 3조9000억원(손실보상법 재원 6000억원 포함)만 편성돼 있는데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여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전날 합의를 빌미로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태세인데, 끝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표(票)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 대표의 합의 번복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100분 대표’ ‘탱자 대표’라는 얘기가 나왔겠는가. 합의 직전까지도 국민의힘 당론은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확대였다. 그런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당대표 혼자 나가 당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과거 제왕적 당 총재도 이렇게까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았다. 참신한 젊은 리더십을 기대했는데 전혀 딴판으로 요즘 계속해서 헛발질만 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공당의 대표라는 직분의 무게감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경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사설] 선별지급 절실한데 전 국민 지원금 합의·번복 소동이라니
입력 2021-07-1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