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업체 BMW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1’에서 포뮬러E 경주용 전기차가 전시된 ‘차고(車庫)’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차고에 입장하기 위해 가상현실(VR) 체험 전용 헤드셋을 착용했다. 차고는 3차원 VR 메타버스(Metaverse)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최대 1100명까지 동시 입장 가능한 차고에서 관람객들은 차량을 살펴보고, 자동차 주행과 사업 발표회 등을 체험했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 속에 파고들면서 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가 떠오른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신차 개발부터 고객 시승 행사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VR 헤드셋을 쓰고 ‘현대차 VR 개발공간’에 접속하면 실제 자동차와 똑같이 생긴 3차원(3D) 디지털 자동차를 볼 수 있다. 손짓 만으로 3D 자동차가 360도 회전하고 부품 색상이나 재질 등이 교체된다.
이 기능은 신차 개발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유럽, 미국, 중국, 인도 센터에 있는 현지 디자이너들이 비대면으로 개발 회의나 신차 품평회를 진행한다. 연구원들은 가상 차량을 운행해보며 다양한 환경에서 부품의 안정성과 작동 상태, 운전석 공간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진들도 헤드셋을 착용하고 비대면 품평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국 디자이너간 의견 조율은 현지 시장 성향이 반영된 차종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현대차·기아 사업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주 영국에서 유럽 시장 전용 차종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가 선을 보인 것도 이 프로세스 덕분이다. 수소 전용 대형트럭 ‘넵튠’과 6세대 준대형 세단 ‘그랜저’ 디자인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3일 “메타버스는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에도 활용돼 실제 주행 전 예상치 못한 문제나 오류를 미리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개발연구 부문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20%, 비용은 연 15%가 줄어들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MZ세대를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현대차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업계 최초로 쏘나타 N라인을 구현했다. 사용자는 쏘나타 N라인 디자인을 접하고 가상 도시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채용된 MZ세대 신입사원 집합 연수와 수련 대회를 메타버스로 대체했다. 신입사원끼리 서로를 소개하고 회사 업무에 활용될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