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0시부터 시작한 55~59세 대상 모더나 백신 온라인 예약이 개시 15시간30분 만에 조기 마감됐다. 접속자가 폭주해 질병관리청 예약 사이트가 마비되다시피 했고 결국 오후 3시30분쯤 예약이 중단됐다. 도입 일정이 확정된 185만명분 접종 예약이 다 차서 중단했다고 하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55~59세 전체 352만명을 대상으로 17일 오후 6시까지 예약을 받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부가 거짓말을 한 꼴이다.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예약을 미룬 사람들은 하루도 안 돼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방역 당국의 일 처리가 어떻게 이렇게 주먹구구식인지 납득할 수 없다.
물량 확보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접종 및 예약 일정을 조정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확보 물량에 맞춰 예약 대상 연령을 좁히고 추가 도입 상황을 확인해 가면서 대상을 확대해야 했던 것 아닌가. 최소한 선착순 예약이고 물량이 부족해 조기 마감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도 미리 알렸어야 했다. 접속자 폭주가 예상됐는데도 조치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다. 오전 3시30분쯤 동시 접속자가 80만명을 넘었고 사이트는 한동안 먹통이었다. 지난 5월 70~74세 접종 예약 첫날, 6월 1일 얀센 백신 예약 때, 지난 8일 유치원·어린이집·초등 교사 화이자 백신 예약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세계 각국이 백신을 먼저 확보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계약을 체결하고도 물량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급자와의 비밀유지협약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낙관적 전망에 기대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혼선을 키우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오는 19일 재개하는 55~59세 추가 예약과 50~54세 사전 예약 때는 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약 혼선은 근본적으로 백신 도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 만큼 추가 확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사설] 주먹구구식 일 처리로 백신 예약 중단 초래한 방역 당국
입력 2021-07-1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