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그럴 사람이다. 성실을 넘어 융통성 없기로 소문이 난 그는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신앙인 관점에서 그의 ‘융통성 제로’는 덥지도 차지도 않은 기독교인들에게 큰 도전이 된다. 비기독교인에겐 전도가 된다. 청주에 있는 감자탕집 ‘유정원’ 강상철(54) 대표 이야기다. 유정원(留汀園)은 에덴동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충북 오창 순복음드림교회(채기환 목사) 전도사인 강 대표는 순복음총회 청주신학교(학장 최상근 목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신학교 동기들의 제보로 지난 6일 식당을 찾았다. 융통성 제로가 신앙 때문인지 물었다.
“어릴 때는 간식과 선물 때문에 교회에 다녔어요. 그거 안 받는 나이 때는 안 다녔고, 장모님이 교회를 다녀야 결혼 승낙을 해준다고 해서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더니 교회까지 아내 운전기사 노릇하다가 목회자 소명을 받았어요. 남들이 말하는 융통성 제로가 소명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이렇게 살았어요.”
그는 평신도 때도 유명했다. 휴대전화 가게를 운영할 땐 흥정하는 게 죄짓는 것 같다면서 스스로 문을 닫았다. 보험설계사로 일할 땐 자기 실적을 팀원들에게 모두 나눠줘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하루 20건씩 계약하는 등 실적이 뛰어났지만 영업을 오래 하진 못했다.
교회에선 ‘섬김이’로 통했다. 전북 부안 장신교회를 출석할 땐 전 교인을 대상으로 발 마사지를 했다. “같은 교회 나이 많으신 성도가 소천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 교회를 오래 같이 다닌 것 같은데 아무 인연도 없구나, 해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싶었어요. 그다음부터 2~3년간 예배 끝나면 모두 모이시라 해서 주물러 드렸어요.”
형편이 어려운 성도에겐 개인적으로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2~3년간 교회를 옮길 때까지 계속했다. 처음엔 부부가 정기적으로 매 주일 외식을 하려고 했다. 워낙 가난하게 살았던 터라 큰마음 먹고 시작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미쳤다. ‘어차피 식사하는 것인데 한 분 초청해서 함께하면 크게 부담도 안 되고 섬길 수 있겠구나.’ 이후 매주 1명씩 초청해 식사를 함께했다.
그렇게 돈 버는 것은 뒷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13년 전 유정원을 오픈하고도 항상 가난했다. 예수님께 대접하는 음식을 내놓겠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만들고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큰돈은 안됐다. 그러면서 도와달라는 이들이 식당에 들어오면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동네에서 소문이 났다. 음식 팔아봐야 크게 남는 것도 없어 보이는데 항상 웃는다고 했다. 그 비밀을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에겐 예수를 소개했다. 그렇게 전도한 이들이 10여명이다. 그는 휴식시간엔 가게 인근에서 전도지를 돌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도 늘었다. 체인점도 3곳 냈다. 하지만 체인점들이 돈 버는 데 혈안이 됐다고 생각되자 가맹점 사업도 접었다.
그런 강 대표가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아내 유주은씨와 장모는 크게 걱정했다고 한다. “지금도 자기 이익은 생각지 않는데 목사가 되면 가족들 다 굶길 거라는 거죠. 가진 것도 없는데 이거 다 사람들에게 내주면 거지 된다는 거예요.”
강 대표의 융통성 제로, 이로 인한 섬김과 선교는 자녀들도 물려받았다. 큰딸 강유나(25)씨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년간 화장실 벽면에 성경 말씀 카드를 붙이고 다녀 유명했다. 새 학기 때마다 담임과 면담을 하면서 방학 땐 교회 수련회를 가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딸은 감신대를 졸업해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큰 교회에서 사역할 기회를 마다하고 경북 영주시 빛마을교회가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바보농부들’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아들 강지훈(24)씨도 강 대표의 융통성 제로를 빼다 박았다. “아들은 세무직 공무원 면접을 앞두고 있어요. 컴퓨터 학원을 하는 지인이 시간이 있을 때 컴퓨터 자격증을 따라고 하는 거예요. 취준생을 위해 정부가 학원비를 지원해 준대요. 아들을 데리고 학원에 갔는데 직원들이 아들에게 취준생이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해요. 다 알지만 그래도 본인 동의가 있어야 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여 달라고 하는데도 그것을 안하더라고요.”
앞으로 목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강 대표는 “나에게 붙여주신 주님의 양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그냥 같이 살아가면 될 것 같다”며 “내가 무엇을 하든 그 자체로 복음 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한 교수 말이 그리스도인은 삶 자체가 설교여야 한다고 하는데 크게 공감했어요. 특별히 복음을 외치지 않아도 전도가 되고 예수의 제자가 되는 삶, 그거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청주=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