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74일.’ 지난 11일 동대구역 광장 기후시계에 기록된 시간이다.
기후시계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잔여총량을 시간으로 환산해 표시한다.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더 오르는 데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도 더 오르면 지구 환경이 인류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후시계는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6년여 후 지구에 무서운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구는 2019년 독일 베를린, 지난해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기후시계를 설치했다.
대구가 탄소중립 앞장서는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 태풍 등 기상이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의 단어를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도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는 기후 문제에 좀더 빨리 관심을 가졌다. 대구는 과거 폭염도시로 유명했는데 이 때문에 대구시민들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생각이다. 도심 노후 산업단지로 인한 대기오염과 분지지형으로 인한 열섬효과 때문에 기후변화대응 필요성을 다른 지역보다 빨리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탄소중립 움직임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옥상 녹화, 벽면 녹화 등 다양한 도심 속 녹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무심기는 대구의 온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4년 연평균 열대야 일수가 24일이었는데 2015~2019년은 18일로 감소했다. 다른 지역 열대야 일수가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일찍 시작한 만큼 성과도 좋다. 대구시는 2010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기후변화대응 계획을 수립했고 온실가스 감축 활동도 체계적으로 펼쳤다. 기후변화 대응계획에 따라 시행해 온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특·광역시 1위다. 기후변화적응 부문에서도 2016년부터 5년 연속 정부합동평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시는 조직도 과감하게 개편했다. 2017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후변화 전문직위제를 운영했다. 2019년에는 기후대기과를 신설하고 기후변화대응 조례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2030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도 수립했다. 대구형 뉴딜사업의 비전을 ‘시민중심, 탄소중립 건강도시’로 정한 것도 대구시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활동의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대표도시로써 전국 200여개 지자체의 탄소중립 선언을 주도하고, 지난 4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 국내 최초로 가입했다.
글로벌 환경도시를 꿈꾸다.
대구시는 독일의 환경수도를 넘어 세계의 환경수도라는 수식어를 얻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인구가 20만명 정도인 작은 도시다. 1970년 주민들의 원전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 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천국으로 발전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트램을 이용하며 탄소를 줄이는 친환경 정책으로도 유명하다.
대구시는 최근 지역 내 전문가, 기업인,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대구시 탄소중립 시민협의체’(이하 탄소중립협의체)를 구성했다. 프라이부르크처럼 시민이 주도하는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 위한 선택이다. 시민생활, 기후환경, 경제산업, 에너지전환, 녹색교통, 건물·도시, 산림·농축산, 순환경제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40명)이 모여 대구의 탄소중립 정책을 연구하고 사업과제를 도출하는 기구다. 위원장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지난 5일 첫 회의를 열고 탄소중립 전략 수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구시는 탄소중립협의체 논의와 연구용역을 거쳐 연말까지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탄소중립협의체에 전문가, 기업인, 시민단체 활동가, 시민대표 등을 고루 포함시켰다”며 “앞으로 대구의 환경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첨단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스마트워터시스템 구축, 신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금호강 그랜드플랜 등을 통해 친환경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100개 도시숲 만들기, 제2수목원 건설, 공원일몰대상 도심공원지키기 등의 사업을 벌여 도심 녹색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탄소중립 대응 시범사업에 선정된 대구 동구 도시첨단산업단지에 태양광, 연료전지 발전시설, 스마트 그린 공장 등을 조성하고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육성 클러스터 조성, 에너지 신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통해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내년 5월 개최되는 세계가스총회에서 친환경 도시 대구를 알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열심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쓰레기매립장의 매립가스를 고부가가치 원료인 메탄올로 전환하는 실증연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조만간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를 활용한 매립가스 수소전환 실증연구에 참여한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쓰레기매립장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지역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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